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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 비추어보면 기도는 능력을 얻는 것이고,

오늘 독서에 비추어보면 기도는 지혜를 얻는 것입니다.

기도는 내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얻는 것입니다.

 

오늘 얘기는 제자들의 실패 얘깁니다.

예수님 없는 사이에 그러니까 예수님이 세 제자만 데리고

타볼산에 올라가 변모의 모습을 보여주시느라 부재중이실 때

나머지 제자들이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들, 특히 병자들을 상대해야 했지요.

 

그냥 손님 접대 정도라면 따듯한 마음만 있으면 되지만,

병자를 간호하는 정도라면 동병상련의 사랑만 있으면 되지만

병자의 치유, 그중에서도 마귀병자의 치유는 치유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중환자에게 중병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명의가 필요하듯이

정말로 힘든 마귀병자를 치유하려면 영적치유 능력이 있어야합니다.

그리고 영적치유 능력자가 되려면 주님께서 오늘 말씀하시듯

기도로부터 그 치유의 능력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힘든 일일수록 힘이 있어야 하고,

힘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힘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이 힘을 하느님께 받는 것, 이것이 기도라고 주님은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러니 이기주의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기도를 그렇게 많이 하고도 하느님께로부터 힘을 받지 못한다면

그런 기도 뭣 하려 하는지 우리는 오늘 성찰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옛날 부끄러운 체험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옛날 모 성당에서 잠깐 사목을 할 때입니다.

그 성당은 2층도 있어서 주일에는 1, 2 층이 꽉 차고

평일에는 보통 1층에서만 미사 드리는데 그 날은 미사를 드리면서

2층에서 어떤 힘이랄까, 시선 같은 것이 저를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쳐다보니 어떤 분이 불도 안 켠 채 미사 드리면서

저를 아주 섬뜩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거였습니다.

 

직감으로 저는 그분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미사 중에는 지지 않으려고 그분과 내내 영적 기 싸움을 하였고

미사 후에 그분을 만나려 했지만 먼저 가 그분이 누구인지 알아봤습니다.

 

역시 신자도 아니고 보통 사람도 아니어서 매일 밤 12시만 되면

칼 들고 식구들을 죽이겠다고 난리를 치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미사 중 그의 섬뜩한 눈길을 생각하면 솔직히 두려운 마음이 들어

신자도 아니니 모르는 체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렇지만 그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한 번 찾아가 진짜 마귀에 사로잡힌 것인지 아닌지 알아보고

마귀병자라면 어떡해서든 치유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한 거지요.

 

결론을 말씀 드리면 그 가족들의 요청이 없다는 핑계로 고민만 하다가

마침 인사이동이 되어 저는 결국 그곳을 그냥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때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하나의 부끄러움으로 남아있는데

다시 똑같은 일을 당하면 나는 그런 분들을 찾아갈 것인가?

 

물론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많이 알게 되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기에 가기 전에 엄청 기도를 많이 할 거고

혼자가 아니라 같이 기도하고 같이 찾아갈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떠한 방법으로 나가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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