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7.02.21 17:37

나날이 좋은 날!

조회 수 121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를 빌며...


  혼자 잘 놀 줄 아는 사람은 외로울 새가 없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

 

  평생 결혼 생활을 하며 배우자가 곁에 있어도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다는 외로움을 토로하는 부부들을 자주 보아 온다.

  25-30여명이 함께 사는 이곳 수도 공동체에서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 형제가 있는 가 하면, 내 경우엔 거의 그럴 일이 없다.  어느 누군가 함께 시간을 보내면 그 또한 즐겁지만 혼자서도 별로 적적하지 않은 것이...개별적인 관심이 없어도 공동체라는 든든함이 늘 존재해 있고, 내 경우엔 어느 형제의 잔잔한 관심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아닌 독서나 모든 주변의 사물, 특히 자연의 많은 사물들에 관심을 두고 있어 외로울 새가 없다.  또한 기도를 통해 생각해드려야 할 분들이 주변에 적지않으니, 턱을 바치고 남이 나에게 관심써 주기를 바라는 그런 일이 별로 없는 것이다.


  또 까마득한 지난 날이나 오늘이나 심심할 새가 없는 내 자신임을 생각 할 때, 본디 그런 존재요...어쩌면 내 죽는 날이 최고 좋은 날일 수 밖에 없으려니, 하느님께 달아드는 그 날보다 더 좋은 날이 또 있을까 보냐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혹자는 징글징글한 과거지사여서 잊혀져야할 것으로 치부해버리지만, 내 경우엔 설혹 좋지않고 힘든 일이 있었을지라도 그런 것들보다 아름답고 고마운 추억들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편이다.    


  지난 토요일만 하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의무적인 일을 하면서 짬을 내어 언제나처럼 훌쩍 동작역(지하철로 30분 거리)으로 향했다.  흔히들 "맨날 가는 그곳에 무에 볼 게 있어 그리 자주 가느냐?" 하지만, 그곳엘 가면 우선 나무가 많고 걷기가 좋으니까.  게다가 맘 먹은대로 다양한 코스를 택하여 걸으니 지루할 새가 없다.  그리고 늘 보아 온 같은 장소, 똑같아 보이는 정경이라도 내 시각과 마음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고 자연에 대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우선 그곳엘 들어서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 들어온다.  예없던 4호선 '동작역사' 자리로, 흘러져 내려 온 공작봉의 산등성이가 한강에 맞닿은 끝자락에 세워졌고, 동물의 꼬리같았던 산줄기의 끝자락이 잘려져 '갯말'로 넘어가는 지하철 터널이 뚫려 있는 것이다.  그 입구쯤엔 넘어가는 신작로 언덕길이 나 있어, 겨울 이맘때면 자동차가 안다니던 시절이라 아이들의 신나는 썰매장이었다. 

  아마도 예닐곱살 때였으리라.  우리 집 뒷 산 바로 내 곁에서 갑짜기 놀래어 푸드득 나르는 꿩을 보았다.  그런데 꿩이 어디 멀리 나르는 동물인가...지척에 내려앉아 어린 내게 금방이라도 잡힐것만 같아 꿩이 앉은 자리로 쫒아갔다.  그렇게 집요하게 쫒고 쫒기길 반복, 어느덧 먼 거리인 한강 가까운 산등성이 끝자락까지 꿩을 잡으려 내달렸다.  그런데 어디 꿩이 어린아이에게 잡힐 존재인가, 결국엔 허탈함을 안고 그제서야 집에서 너무 멀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무서움이 엄습하기 시작, 아무도 보이지않는 낱선 동네로부터 집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하였다.  꿩을 잡으려다 그렇듯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지금도 동작역 근처엘 가면, 그때의 내 자화상이 아련히 떠올라 미소짓는다.

          

  어릴적 추억이 많이 서린 현충원의 전체 지형 중원으로 흐르고 있는 개천은, 현재로선 양 가로는 축대가 잘 쌓여졌고 중간중간 원형 의자가 마련되어 쉬기에 좋은 공간으로 형성되었지만, 자연 그대로였던 예전의 모습이 떠올라 마치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뛰어 나올 것만 같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우뚝 지켜보아 왔을 냇가의 한 그루 거목(미루나무)은 예나 지금이나 미소를 뛰며 반기는 양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다.  그 나무 끝자락을 올려다보노라면, 파아란 하늘처럼 시린 눈망울에 푸른 물감이 번질 것만 같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주일인 그제 올라 본 인왕산 자락 길엔 연이은 추위에도 양지바른 곳마다 파릇파릇 풀잎이 돗아나 있고 봄꽂 가지마다에 꽃망울이 제법 크게 부풀어 올라 있으니, 하느님 손길인 이 자연의 작품곁을 어이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그 경이로운 손짓에 한참을 서성일 수 밖에...

   그렇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 하느님께 감사할 매일 좋은 날이 아니겠는가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 남원 아이들 T 평화가 강물처럼... 얼마 전, 벼르고 벼르던 남원 아이들이 성거산엘 다녀갔다. 실은 아이들이 아닌 중년의 어른이지만, 난 맘 속으로 그 애들에게 만은 그렇게... 1 2007.01.23 2190
97 나환우에 관한 잊지못할 추억 T 평화/선 '산청, 성심원'하면 한국 작은형제회와 더불어 제법 긴 역사를 지니고 흘러왔습니다. 저 역시 한 때는 짧게나마 그곳에 지냈던 적이 있어 늘 ... 김맛세오 2012.11.27 3471
96 나의 첫 사랑 T 졸졸 흐르는 시냇물 평화 연중 어느 때가 제일 좋으냐 물으면, 꽃샘 추위로 움추려든다 해도 단연코 생명이 약동하는 이맘때의 봄인걸 어쩌랴. 의식의 눈을 뜬 ... 2009.04.22 2116
95 나의 절친, 인왕산  T 나의 절친, 인왕산     점심 후 식곤증이 몰려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늘 오르던 인왕산길을 걷는다.   어릴적 동지기(현충원)가 늘 향수처럼 그려진다면, 인... 김맛세오 2023.12.22 116
94 나의 유일한 형 T 평화와 선     지난 봄, 늘 건강하던 형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시어 입원했다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경미한 상태여서 시름을 놓았지만, 이후로는 잘 다니... 1 김맛세오 2018.10.31 1184
93 나의 삶을 나누며 늘 깨어 기도해야할 것같습니다. 저는 알루미늄 주물로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계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알루미늄을 녹여서 틀에 기계로 밀어넣어 급속으로 식히면 원하는 제품이 만들... D.Andrea 2013.08.30 2111
92 나의 사랑하는 세째 외삼촌 T 평화와 선   어젠 외삼촌의 초대로 오랫만에 피킨스 병을 앓고계신 큰이모 동네로 여덟분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나눈 참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가... 김맛세오 2019.12.11 818
91 나의 사랑- 인왕산! T 평화와 선 지난 주말인 토요일엔 매일 미사에 나오시는 다윗 형제님의 권유로 오랫만에 인왕산 등반을 제대로 하였습니다. 평소 저녁 식사만 끝나면... 김맛세오 2012.09.18 3047
90 나목(裸木) T 자연과 함께 평화를... 방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는 창밖을 보노라면, 거기엔 늘상 담장 밖 연못가에 느티나무가 보인다. 지난 가을 잎들을 훌훌 벗어 버렸기에 ... 1 2010.03.22 1993
89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 T 평화와 자비   사순시기도 어느덧 중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2월의 끝자락인 어제, 함박눈이 내려 소복히 쌓였지요.  아쉽게도 금방 녹아버렸지만...! ... 1 김맛세오 2016.02.29 1539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