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16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가 온 누리에.


  오늘같은 초파일이면 단 하나 뿐인 외사촌 형이 생각난다.


  15년 전쯤 큰외숙모가 돌아가셨을 때 절에다 모셨기에 이모들을 따라 가본 적이 있었기에 그 기억이 남다르게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어릴적엔 엄마를 따라 서울역 건너편 남산 아래 도동에 있던 형집에 자주 간 편이어서, 그 뒤편 남산에 대한 옛 추억도 가끔 떠오르곤 한다.  그 시절엔 남산으로 오르는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고, 하도 지루해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한참을 오르다 보면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4,19 이후에 그 동상은 백성들의 원성에 의해 철거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런데 세월의 먼 뒤안길에 알게 된 것이지만, 엄마나 내가 형 집엘 자주 갔었지만, 외숙모나 외사촌 형이 그리 멀지도 않은 강 건너

동재기 집이나 흑석동 집에 와 본 기억이 전혀 없다.  쌍방간에 그랬었구나 하는 과거지사와 함께 형평상 일방적인 친척 관계였음을 알게도 되었다.  약간의 취기가 도는 어느 자리에선가, 평소에 거의 말이 없던 형으로부터 엄마에 관한 진실을 들을 수도 있었으니, 외사촌 형에게 가끔 용돈까지 주신 좋은 우리 엄마였다고 칭찬을 하는 거였다.  아마도 애비없는 조카여서 고모의 입장에서 측은지심으로 가끔 그리 하셨겠지만, 암튼 우리 엄마가 자랑스러운 거다.  같은 입장에서 우리가 그 집엘 자주 드나들었지만 큰외숙모가 내게 용돈을 주신 기억은 전혀 없다.

       

  그 시절의 형의 이미지는, 매우 활달했고 나와는 달리 키도 커서 운동을 썩 잘 했었다.  그리고 일찍 아버지를 여의였지만, 물려받은 유산이 좀 있었던지 궁색한 구석은 전혀 없었으며, 형이 신던 가죽 구두며 가죽 책가방은 으례히 내가 물려받았지만, 가난했던 동재기 마을의 형편에 비해 나는 오히려 그런 값나가는 것들이 매우 껄끄러웠고 오히려 부끄럽기까지 하여 사용은커녕 보기조차 싫어하며 심통을 부렸으니...아마도 싹부터가 부유하고 사치스런 것보다는 소박하고 가난한 걸 좋아한 프란치스칸 기질인 것을 집안 어른들이 어찌 이해할 리 있었을까.          


  형은 머리가 좋아선지 사회적으로 좀 잘 나간 편이어서, 사대부고 졸- 연세대 상과대 졸- 대우실업 인사과장- 대우 계열 중소기업 사장으로 오랜 근무 끝에 정년.  아마도 그만하면 사회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성공적인 인생 편력을 지내온 것이리라.  그런 잘나간 형이건만 나는 전혀 부럽지가 않고 오히려 측은해지기까지 하니, 아마도 삶의 방편에 있어서 잣대와 기준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리라.  


  그런 형이 근자엔 친척간에 전혀 오가는 법 없어, 심지어는 당신의 두 숙부들 생신에도 전화 한 통 없이 지낸지가 오래란다.  거기엔 필시 서로간에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어 소통이 단절된 것이려니 하겠지만, 왜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잖은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개가 있는 데, 그것이 바로 무엇인고?' 하니, 그것이 바로  <편견과 선입견>이란다.  그마만큼 남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겠다.  물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기면서 잘 지내고 있으려니 할 뿐이지만...


  그런 형이지만 초파일을 기해  불자라는 생각에 미치어 오랫만에 문안 문자를 보내보았다.  강남에서 지내다가 용인 수지로 이사해 그럭저럭 잘 지낸다는 소식과 함께 뜨듯 미지근하게 답을 할 뿐 더 이상 대화가 진전될 기미가 없다.


  언젠가 형제들과 함께 용문산에 엠마오를 갔었을 때, 거대한 은행나무 바로 뒷편에 '자비무적(慈悲無敵)'이란 커다란 현판의 글이 잊혀지지 않는다.  자비나 사랑이나, 사실 표현만 다를 뿐이지 같은 의미가 아니겠는가.  자비심이 있는 곳에 어떤 적도 있을리가 없다.  교회의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 성인이 돌에 맞아 순교하면서, 돌을 던지는 군중들을 위해 "하느님 저들을 용서하소서!" 하며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지 않았던가.  어찌보면 적이란 돌을 던지는 타인이 아니라 무명에 가려진 자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꿈과 알로에

    T 평화와 선   참으로 희한한 꿈이로고!   간밤 꿈에 유일한 수련 동기인 '황도마' 형제가 보였다.  성거산 수도원 배경으로, 두 형제가 하느님 품으로 가 영전 앞에 애도를 표하는 여럿 형제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는 모습이...그런데 한 형제의 신원은 나...
    Date2017.07.03 By김맛세오 Reply0 Views2043
    Read More
  2. No Image

    내 인생의 페이스

    T 온 누리에 평화를...  과연 인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에 대한 확실한 정답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결코 무심할 수 있는 문제이거나 피해갈 수 있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라고 본다.  곧잘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여...
    Date2017.06.20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24
    Read More
  3. No Image

    청게산에서 만난 '준호'란 아이

      며칠 전 오랜 가뭄의 와중에 달디 단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었다.  안가 본 코스를 택해 어림잡아 산을 오르려 하니, 길이 잘 나지않은 골짜기로 들어서 등산화는 질척하게 다 젖었고 바지도 많이 이슬비에 스며들어 제대로 걷기에 여간 불편한 게 ...
    Date2017.06.12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61
    Read More
  4. No Image

    하느님의 섭리(은총) 또는 운명?

    T 온 누리에 평화를...   아침 미사 때 예전에 오랫동안 예루살렘에서 지내셨던 '안베다' 신부님이 많이 생각났다.  오늘이 바로 '베다' 성인의 축일이기도 하니, 신부님이 아니셨더면 지금 이렇듯 제 2의 삶을 살고 있을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
    Date2017.05.25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85
    Read More
  5. No Image

    내 기억 속의 다양한 영상들

    T 평화가 그대들에게...   정원에 피어나고 있는 꽃 사진을 앵글에 담으려니   유난히 할머니, 엄마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늘 초봄이면 텃밭의 흔한 꽃들이지만 할머니는 요런저런 꽃씨들을 뿌리셨다.      "할머니, 요건 무슨 씨예요?  조건 백일홍...
    Date2017.05.08 By김맛세오 Reply0 Views1173
    Read More
  6. No Image

    불자(佛者)인 외사촌 형을 생각하며...

    T 평화가 온 누리에.   오늘같은 초파일이면 단 하나 뿐인 외사촌 형이 생각난다.   15년 전쯤 큰외숙모가 돌아가셨을 때 절에다 모셨기에 이모들을 따라 가본 적이 있었기에 그 기억이 남다르게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어릴적엔 엄마를...
    Date2017.05.0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168
    Read More
  7. No Image

    여한이 없는 삶

    T 평화가 온 누리에...   평소에 늘 형제들에게는 기쁘게 살아야 한다고 권고했음에도, 실상 혼자 있을 때는 십자가상 예수님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여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프란치스코 성인!  얼마나 십자가 고통에 동참하였으면, 그로인해 말년에는 ...
    Date2017.04.25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90
    Read More
  8. No Image

    무릉도원 아래, 찾아 온 손님들

    T 평화가 온 누리에...   요즘 나의 정원 성모상 주변엔 온통 봄꽃으로 축제의 분위기!  게다가 벚꽃나무와 목련 아래 탁자가 놓여 있어 쉬어 가기에 여간 느긋한 공간이 아니렸다.    때맞춰 어제는 여러 손님들이 찾아 오셨다. 어쩌다 정원에 나타 나시...
    Date2017.04.11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13
    Read More
  9. No Image

    유난히 즐거왔던 인왕산행

    T 온 누리에 봄기운이...   주말엔 언제나 그렇듯이 틈을 내어 가장 가까운 인왕산엘 오르곤 한다.   길목마다 하루가 다르게 봄 기운이 무르익어 가는 모습에, 피조물인 자연의 책을 통해 하느님을 읽는다.   인왕산은 예로부터 '산왕대신(山王大神)'에 ...
    Date2017.03.27 By김맛세오 Reply0 Views1152
    Read More
  10. No Image

    사실 매화보다 섬진강 물결이...

    T 평화가 온 누리에...   이맘때면 매화가 피기 시작했을 터인데...콤퓨터에 광양의 매화마을을 처보니, 거의 다 예전에 실은 사진이나 글이어서 올해엔 며칠쯤에 매화가 잘 필건지 확실한 신빙성이 없었지요.  그래서 점을 치듯 매화에 대한 소식을 접한 ...
    Date2017.03.27 By김맛세오 Reply0 Views1149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