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평화를 빌며.
예루살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안신부님!
매년 부활과 성탄 즈음엔 카드를 보내드렸고 또 신부님께서도 저를 위해 특별히 미사 봉헌을
해 주시겠노라 잊지 않으시고 답을 주셨지요.
며칠 전에도 제가 찍은 예쁜 성모자상 사진을 넣어 정성들여 만든 카드를 보내드렸는 데...
그러시던 분이 최근 노구로 잘못 디디시는 바람에 넘어지셨고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계시다니...!
원래 강직한 분이라 불의를 대하시면 참지 못하시어,
예전 대전의 경주교님 일행이 순례를 하시다가 안내하시던 안신부님으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지셨다니,
"주교면 겸손해야지..."하시면서 좀 후배인 주교님께 인정사정없이 닦아 세우셨다는 일화도 있지요...ㅋ
저 역시 순례단에 섞여 뒤져 가다가, "자네가 가이드야!!!"라고 역정을 내시는 바람에 찔끔한 경험이 있지만,
말을 아끼고 있는 제 곁에 오시어, "맛세오, 내가 그랬다고 화가 난거야?"라고 은근히 다독거려 주셨던 분.
안신부님과는 참으로 인연이 깊어, 두 번이나 갔던 순례 여정을...
특히 1996년도의 사건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답니다.
오죽하면 '친 아버지같으신 신부님'이란 딱지가 붙었으니요.
그 해, 저는 안식년을 기해 예루살렘의 '엑체호모'라는 성서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중이었죠.
룰루랄라 참으로 재밋게 공부하던중 사순시기 마지막 주간에 예수님의 십자가 체험을 톡톡히 하게 된 것이니,
맹장인 걸 모르고 며칠 참다가 급기야 복막염 대수술을 받아 위기일발로 회생할 수가 있었답니다.
그 때 안신부님이 곁에 아니 계셨다면 저는 지금쯤 예루살렘 공동 묘지에 묻혀 있었을 테지요.
북쪽 오지인 예수님 변모성당 수도원에 간 날부터 살살 아팠던 배...3일 후 병원에 가서야 맹장이 터져
화급을 다투는 복막염 상태라는 걸 알 게 된 후부터 꼬박 2달을,
아무 방문객도 없는 아랍 병원에서 매일 아파 울고 외로워 울어야 했던...!
순례자들을 안내해 주시느라 거의 수도원에 아니 계시는 분이,
전화를 드린 그 날에 자초지종을 들으시곤..."빨리 가까운 병원으로 가지 뭐하고 있어!"라고 고함을 치셨고,
또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화급을 다투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본인이 극구 서류에 싸인을 안하는 바람에
득달같이 달려오신 안신부님의 불호령- "뭐, 젊은 게 싸인을 안한다고? 어른 앞에서 무슨...그래 죽어라 죽어!"- 에
그만 "예, 알겠어요!"하고 싸인을 할 수 밖에요.
그때 심정으론 얼마나 참을 수 없는 아픔이었는지 차라리 죽고만 싶었었죠.
암튼 안신부님께서 제게 해 주신 자비는 각별했거든요.
그 비싼 성서학교 등록금하며 가끔 주신 용돈과 그 때의 입원비...또 이스라엘을 떠나 카나다행일 때의 비행기 표값 일체- 아마도
1만 달러는 족히 넘었을- 를 다 해 주셨으니, 그 또한 저같은 개인에겐 과분하신 배려이셨으니까요.
늘 카드를 드릴 때마다, "오래오래 영육간 건강하셔야 해요."하는 기도와 바램도
이젠 89세의 고령으로 하느님께서 때가 되어 부르시는 것이려니,
이승에서의 이만한 관계가 어디 또 있을까 싶네요.
천만번 감사드려도 부족할 안신부님의 사랑에 감읍드리면서,
비록 함께 해 드리지는 못하나마 가까이 기도해드릴 밖에요.
"주님, 우리 안신부님께 자비를 베푸시어 영원한 당신 나라의 복락을 허락하소서!"
주님, 안신부님께 영원한 안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