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23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얼마 전 평창동 청원소 담당자로부터 이틀간 피정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 예전에 써먹었던 강의록 만으로도 거의 준비할 필요는 없으나

그래도 젊은 청원 형제들에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 지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며 참고해야할 것들을 메모하며 강의록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깨어나야할 시간이 아닌 밤 3시에 눈이 떠지면서 얼핏 스치는 것들이 있는 겁니다.

     

      "맞다! 어줍짢은 남의 얘기들 만을 전해 줄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준비해 온 적지않으 양의 강의 원고일랑 싹 무시하고

      차라리 내 얘기를 하자. 살아 온 내 얘기를..."

 

이런 생각에 미치니, 술술술 제 특유의 지나온 경험들이 머리에 스치는 게 아닙니까.

얼마 전 한창 쩔쭉이 피었을 무렵 인월(남원 근처 지리산 입구)에 다녀 온 이야기도 그 하나입니다.

 

인월 터미널에서 내려 집에 있을 '방서방'에게 전화를 하면 차를 갖고 금방 내려 와 쉽게 갈 수 있었지요.

하지만 모처럼의 시골 나들이에 편히 그리고 쉽게 가느니, 그리고 얼마되지 않는 거리니

산골 풍경을 음미하며 걸어보는 것이 더 좋겠다 싶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조금은 헤멨지만, 다리가 없는 시냇물을 건너 멀리 산 아래 올려다 보이는

이종 사촌 집을 향해 무조건 걸었습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니, 갖가지 한창 피고있는 봄꽃들이며 넘겨다보이는 울타리의 터밭들...전형적인 시골 풍경들이

더없이 좋았고 산골 공기는 그야말로 신선 자체였으니까요.

중간에 고구마를 심고계신 동리 아주머니께 혹시나 하여 길을 물어보니,

    

     "아, 그 선생님 집이요? 그 집 아저씨 억수로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아닙니까?

      어데서 오십니까? 이 길로 곧장 올라가면 됩니다."

 

가르쳐주신대로 좀 더 언덕 길을 오르다 보니,

마지막 외딴 집 앞에 커다란 하얀색 개가 낱설다 짓기는커녕 꼬리를 치며 반가와 하는 겁니다.

 

       "너 혼자 그렇게 있으니 심심하겠구나. 낱선 사람을 보고 그렇게 꼬리를 치니

       참 순하기는...!?"

 

나중에 사촌 선생님 왈- "그 개 사나운 개라서 무섭게 짖는 개인데 어찌 반갑게 꼬리를 쳤지요?"

 

또 얼마를 걷다가 땡볕 길바닥에 커다란 지렁이 한 마리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어

죽은 줄로만 알았더니, 조금은 끔틀거려 손으로 집어다가 흐르는 물가 습한 곳으로 옮겨주었답니다.

 

여하튼 그 집에 오르는 길목의 야생화나 계곡물을 보고 느끼며...한 좋은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지요.

소박한 시골 환경에 쏙 빠져들어 불과 2Km 남짓 되는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지내던 성거산이 떠올랐습니다. 6년을 지내면서 수없이 오르내리던 성거산 길!

그곳은 빠른 걸음으로 내리 달려도 읍내 큰 길까지 35분은 걸렸고 오르막 길은 4-50분은 족히 걸린

제법 짧은 거리는 아니었으니까요.

 

시골 길을 오르며 떠지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

사람과 일로 정신없이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도시 삶이 아니라서 좋은...

산야와 흐르는 계곡 소리에 몸과 마음을 담으며 조용히 내면의 뜰에 빗자루질을 할 수 있는...

가진 것 그리 많지 않아도 마음 편한 풍족한 시골.

커퓨터 게임같은 유흥없이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숨쉬며 뛰놀 수 있는 순수 공간들.

흙과 바위가 있어 육체 노동 또한 도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밤이면 달과 별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나 만의 좋은 시간들.

벌레 한 마리나 한 포기의 풀, 나무들과 벗이 되는 단순 소박한 공간들.

모든 것들이 삶의 시가 되어 삶을 더없이 풍요롭게 하는...

 

그 집에 당도하니,

온통 꽃들이란 꽃이 다 피어 "어서 오시지요!"하며 활짝 환영을 하는 것이겠죠.

이것저것 자연 벗들과 할 일을 많이 하는 '방서방'의 새까만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답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행복의 조건...?

    T 평화와 선   어제 저희 공동체에서는 1박 2일의 피정을 하고 돌아 왔습니다. 평소에 하던 일손들을 놓고 모처럼 그렇듯 자연의 품 속에서 침잠해 보는 시간이 나름대로 여간 좋은 게 아니었죠. 장소는 시흥에 자리한 샤르트르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
    Date2013.06.26 By김맛세오 Reply3 Views2730
    Read More
  2. No Image

    행복- 공감

    T 온 누리에 평화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만족도가 55%랍니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하면 낙제점이란 건 뉘나 알고 있지요. 걸핏하면 "세계 경제 수준의...번째"라는 자부심을 내세우지만 낙제점 수준인 직장인들의 행복 척도와도 무관...
    Date2013.06.17 By김맛세오 Reply0 Views2375
    Read More
  3. No Image

    도심 속 자연들과의 기쁨

    T 평화와 선   오늘 새벽엔 예고도 없는 비가 살포시 내려 바야흐로 성하(盛夏)의 계절을 향한 식물들의 기분좋은 "하,하! 호,호!" 간드림. 잔디 사이에 놀랄 정도로 빠르게 자라는 풀을 매어주려 아침부터 손놀림을 빠르게... 풀 뽑는 이 일 또한 '삶...
    Date2013.06.04 By김맛세오 Reply0 Views2324
    Read More
  4. No Image

    지렁이를 만날 때마다...

    T 온 누리에 평화   여기 정원에는 작고 큰 지렁이 가족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풀을 매거나 거름을 주려고 구덩이를 파려면 어김없이 서너마리씩 보입니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이면, 땅 표면에 외출을 나온 듯이 기어다니는 녀석들이 자주 보입니다. ...
    Date2013.06.04 By김맛세오 Reply0 Views2154
    Read More
  5. No Image

    풀과의 화해- 평화

    T 온 누리에 평화   오늘처럼 비가 많이 내리면 정원의 풀들은 때를 만난 것처럼 얼마나 잘 자라는지요! (일반적으로 풀을 '잡초'라 하는 것조차, 순전히 인간의 이기적인 표현이라 사료되어 저는 탐탁치않게 여기지만) 뽑아도 뽑아도 그악하게 자라 저 ...
    Date2013.06.03 By김맛세오 Reply0 Views2121
    Read More
  6. No Image

    소박한 삶이 얼마나 좋은지...!!!|

    T 평화와 선    얼마 전 평창동 청원소 담당자로부터 이틀간 피정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 예전에 써먹었던 강의록 만으로도 거의 준비할 필요는 없으나 그래도 젊은 청원 형제들에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 지 은근히 걱정이 되...
    Date2013.06.03 By김맛세오 Reply0 Views2348
    Read More
  7. No Image

    맛나게 무쳐먹는 봄!

    T 평화/ 선   며칠 전 심어놓은 쑤세미 씨앗이 싹을 터 귀엽게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하나의 작은 생명도 세상에 나와 온 우주를 품으니 그 자체가 신비롭고 소중합니다. 그 쑤세미 싹을 정원의 성모상 뒤켠으로 심으면서, 약간 응달진 곳에 질경이가 ...
    Date2013.06.03 By김맛세오 Reply0 Views2105
    Read More
  8. No Image

    동작동 '현충원'의 사진 전시관을 보면서...

    T 평화를 기원하면서     걸핏 '현충원'엘 가면서도 동측면 입구에 자리해 있는 '사진 전시관'을 둘러 보지 않았기에 모처럼 호기가 발동하여 저곳엔 무엇이 전시되어 있을꼬? 그렇게 구경을 하게 되었지요. 대부분의 사진의 내용들을 대하고는 평소에 ...
    Date2013.04.30 By김맛세오 Reply0 Views2201
    Read More
  9. No Image

    작은 모험들의 꿈과 현실

    T 평화와 선   저는 꿈을 잘 꾸는 편이고 꿈 속에서도 현실에서처럼 생전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꿈을 꾸는 날이면 그 꿈이 생생하여 혼자만 간직하기엔 넘 아까워 다른 사람들에게 곧잘 얘기하는 편이어서 오죽하면 '꿈쟁이' ...
    Date2013.04.30 By김맛세오 Reply0 Views2223
    Read More
  10. No Image

    한강의 잃어버린 보석들

    T 평화가 강물처럼...   내 고향 '동재기'에서 내려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한강이랍니다. 그리곤 웬지 마음 한구석 허전해지는...   저 어릴적 한강은 그 모습부터가 무척 달랐거던요. 지금처럼 바다같이 허허로운 일...
    Date2013.04.30 By김맛세오 Reply0 Views223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