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평화가 강물처럼...
"여기 이 사진의 작은 한옥식 대문 자리가 바로 동작동 현충원의 지금 입구란다.
그 오른쪽이 '이수교'로 넘어가기 전 '동재기 나루터'가 있었고...한강 건너로 보이는
모래 위 섬에서는 땅콩을 엄청 많이 수확했거던."
형의 자세한 사진에 대한 지명 설명으로 갸우뚱했던 의문들이 일시에 풀렸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어제 갑작스렇게 시간이 나, 형에게 '양수리'에 가지 않겠냐고 전화를 드렸더니
쾌히 승락을 하시어, 오랫만에 형과 아우가 함께 만난 것이지요.
이맘때면 연꽃이 한창일 것 같아 사진을 찍을 겸 '양수리'를 택한 것이고요.
이전에 찍어 둔 제 카메라에는 '현충원 초창기의 군인들 작업 사진'이 입력되어 있어,
그 사진에 관한 의문점들을 형에게 물어 본 것이랍니다.
실재로 그 시절의 한강 폭은 지금의 1/5 이하 정도의 폭으로 정말 좁았지요.
형은 수영을 잘해 도강을 했다는 자랑도 여러 번 들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강건너 백사장 위 제법 넓고 긴 섬이 탕콩밭이었다니...어디에서도 그 섬 이름조차
발견되지 않았던 점으로 미루어 보아, 아예 이참에 '탕콩섬'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겠네요.
그런데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옛 추억의 섬을 들추어 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요?
아니지요, 모든 게 사라졌어도 형과 저와의 아름다운 추억 이야기 만으로도
예나 지금이나 말없이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훈훈한 사랑이 짙게 묻어날 수 있으니,
강의 아름다운 혼(魂)은 아무도 어쩌지 못하니까요.
초여름 햇볕이 너무 강해 연꽃을 찍으려던 저는
찍기를 접어두고 오히려 옛 이야기들로 형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형과 그렇게 오랜만에 마주 한 시간들은
어쩌면 과거와 현재의 꿈과 현실이 만난 흐뭇함이었습니다.
연콩국수를 점심으로 든 것이며 아이스크림과 차를 함께 나눈 것도...
모두가 좋은 형과의 시간이어서 감사드렸습니다.
아마도 뉘보다도 하늘 엄마가 미소를 띄우셨을 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