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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4 08:54

감사해야 할 추억들

조회 수 2196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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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누리에 평화가.

지난 17일, 내 영명 축일에
값진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하기사 요즘엔 메일을 쉽게 주고 받는 세상이라
편지 따위는 어쩌면 구시대의 유물처럼
나부터도 선뜻 써지지 않는 터에,
글라라 성녀가 그려진 카드와 함께 오랫만의 편지는
잃어버렸던 소중한 그 무엇을 다시 찾듯 매우 반가왔다.

짧막한 글이지만
지나쳐버리기 쉬운 영성적인 내용이라
혼자만 간직하기엔 너무나 아쉬워서...

* * *
"한 여름 작열하는 태양아래 영글은 곡식들과 과일들도 벌써 곳간에 들어간 이 계절에, 우리 영혼도 잘 준비되어 언젠가는 하느님의 곳간에 들어가게 되기를 기대해 보는 계절입니다. 아름다운 계절과 이에따른 기쁨과 어려움, 이 모든 것들을 허락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하면서 우리 삶도 이들을 통하여 더욱 성숙되어 가기를 기도드립니다.
맞이하시는 영명일 진심으로 축하드리며...형제님 위해 미사와 기도로서 봉헌해 드립니다... 저희가 이곳에서 임시 거처로 지낼 때 고(故) 하멜키올 관구장님과 형제님께서 방문 오셨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5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정말 유수같은 세월입니다! 금년 8월 15일,한국 진출 25주년을 맞아 외적 행사 대신에 모든 자매들이 40일 피정으로 은혜로운 날들을 가졌고 내적으로 많이 새로와졌음을 감사드린답니다... 매일의 기도 중에 형제님을 잊지 않으며... ? 드림."
* * *

위 편지를 대하며
신앙과 영성생활에서 추억은 참으로 소중하다는 걸 느낀다.
모든 걸 쉽게 잊고 감사드릴 여지가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하느님과 사랑의 추억을 엮어가는 가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값진 작업일까.
내가 곧잘 추억담을 늘어놓으면,
그게 바로 나이가 들어가는 징조라 치부해 버리는 형제들이 있지만,
추억이 얼마만큼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릴 수 있는 보석과
같은 것인지...몰라서 하는 소리들이다.

가장 가까이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
28세 청상 과부가 되신 엄마에 관한 추억,
수도회 가족인 형제 자매들에 대한 추억,
.............자연 사물들에 대한 아름다움들,
지난 여름, 이민간 친척들과 몇몇 은인들과의 만남과
바스크와 스페인에서의 성지 순례며...
(8월 15일, 글라라회 자매들이 한국 진출 25주년 기념을 할 때-
난, 그 무렵 <온야떼>의 글라라 수녀원에 머물고 있었으니, 우연치고 참으로 하느님께 감사드릴 우연임에랴!)...
늘 작은 일에 잊지않으시고 감사와 기도로 보답하시는
위 편지의 주인공 수녀님!

과거,현재,미래가
따로 분리되지 않은 하나라는 걸 안다면,
현재 못지않게 과거의 추억은
용서받아야 할 추억이거나 아름다운 추억이거나
하느님께 대한 소중한 자산들이요,
역시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 사랑해 2006.12.11 16:35
    중풍으로 몇년째 누워만 계신 시아버님을 뵈면서, "추억"의 소중함을 절감한답니다..
    집에서 모시진 못하고 집 근처 병원에 모시고 있는데, 집에서 가까운데도 매일 찾아뵙진 못하고 있어요...곧 90세 되시지만, 몸 못쓰시는 것 빼곤 말씀도 아주 어눌하게나마 하시고, 귀에 가까이 큰 소리로 말씀 드리면 끄덕이곤 하십니다..
    아버님께서 하루종일 가장 많이 하실 수 있는 일은 추억하시는 것 일 겁니다(제 생각으론요..)
    아버님을 "바라보면서" (때론 제 묵상의 대상이 되시기도 합니다..) 제 삶을 돌아보게 되고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살게 됩니다... 금년 여름에 처음!으로 시아버님께서 우리 가족들 모두의 질병과 고통(정신적 육체적)을 대신 앓아주고 계신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이런 마음이 들자 비로소 아버님을 기쁘게 편안하게 바라뵐 수 있게 되었답니다... 너무 죄송하단 생각도 많이 했구요...아버님의 병은 그저 고령의 아버님께 자연스레 올 수도 있는 "아버님 만의" 병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그래서 누워계신 아버님을 바라보는 것이 고통이었고, 기저귀 갈아드릴때면 전 늘 무슨 벼슬 이라도 한듯 남편이나 시어머님께 유세?가 보통이 아니었답니다...
    어유~지금 생각해 보니 정망 부끄러운 거 있죠...
    어쨌든 아버님은 제 삶에 작은 등불 입니다...
    "가야 할" 길에서서, 알면서도 다른 달달한^^* 그 무엇에 한눈 파느라 우왕좌왕 헤매일때, 아버님 뵈면서 정신차릴 때가 많아요...그래서 지금 잘~ 사는 것이 내일의 멋진 추억이라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자세 잡게 되죠^--^
    이런 마인드라면 주님♡말씀인 "성서"를 몽땅 외울 기세로 열심히 공부도 해야 하는데...그쵸?^0^
    꼼짝 없이 누워 다른이의 도움에 온전히 병든 알몸을 맡기려면, 나의 정신과 영혼의 자존심과 귀함을 지키는 방법은, 육신 멀쩡할 때 열심히 갈고 익힌 사랑의 말씀♡을 되새기고 되새기고 또 되새기는 것 외엔 없다고 봅니다...
    아픈사람은...그가 속한 공동체의 작은 빛! 흐리든 침침하든 없어도 될 것 만 같은 귀찮고 짐스러운 빛일 지라도 "빛"인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오늘 아버님께 가 뵙지 않았네요...-.-;;
    낼 오전엔 아버님 좋아하시는 연시 사들고 (숟가락도 하나 챙겨서) 가 뵈야쥐~~
    참!! 집에 계신 어머님께도 맛난 연시를~!!^0^
    시부모님은.. "살아있는 조상님"이니 살아계실 때 잘 하라고 하신 재속회 선배 자매님 말씀이 귓가에 늘~ 울립니다...
    먼저!! 살아있는 조상님들께 잘 합시당~♡




    신앙이 없으셨지만(약 2주전 대세 받으셨답니다^--^)
  • 2006.12.11 16:35
    T 장성,부산,서울에 일이 있어 휘돌아 왔지요. 저는 엄마가 영면하시기 전 전혀 거동을 못하셨기에 불과 몇달 동안 형수님과 교대로 보살펴 드렸지요. 그때 가끔 잘 못해드린게 무척 후회스럽고 지금도 가슴이 아프답니다. 살아 계실 때 불평없이 잘해드려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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