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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를 빕니다.

<쥴리아 리(Julia Lee)> 할머니-

조선 이씨 왕가의 마지막 며느님이라는 소개를,
예전 몇 편의 글에 올렸다가
웬 이상한 스토커를 만나
급기야는 지워버릴 수 밖에 없었던 웃지못할 사연이 떠오른다.

어찌 지내시나 궁금해
성탄 및 새해 인사를 올릴겸 전화를 드렸다.
감기로 머리가 아프시다면서
1월 7일이면 그토록 애정을 가지셨던
한국을 아주 떠나신다고 직접 얘기해 주셨는데
예정보다 빠르게 5일, 출국하신다니
몸이 너무 불편하시어 더 이상 오래 계실 수 없는게다.
가시기 전, 한번쯤 성거산에 다녀가신다 하셨는데...!
그마저 차편이 여의치 않으셨던 게다.

그렇다. 그동안 오며가며
정이 들은 쥴리아 할머니.
다시는 뵐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지막 하직 인사라도 드려야 되겠다싶어
걸어서 30분,뻐스로 30분,지하철로 2시간 반-
이곳 성거산에서 멀지 않은 거리지만 꼭 3시간 반이 걸리니
왕복으로 하루를 다 소비해야 하는 만만챦은 거리.
그렇게 임시로 머무르고 계신 정동 아파트엘 갔다.

불편하신 노구에도 여전히 변치않으신
강직한 할머니...
몇가지 마지막 짐을 정리하고 계시던중
예고없이 들이닥친 나의 방문에
할머니 그 특유한 애정으로 얼마나 반기시는지...
깊은 포옹으로 맞아 주셨다.

평소 내가 선호하는 밀크 티와 케익을 준비해 주셨고,
3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와 연세가 똑같은 돼지띠라시면서
영영 한국을 떠나시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시며
슬픔과 보고픔이 역역하신 만감의 표정!!!

사랑하는 쥴리아 할머니,
지난 봄,
양양 글라라 수녀원 축성식 때 함께 가셨던 생각 나시죠?
나중에 속초로 해서 주문진 바닷가를 돌아
속세를 떠나 살아가는 예술가들을 만나 즐거웠던 시간들하며
맛있는 영덕 대게의 사연...
직접 그리신 한국 농촌 그림의 카드는
어쩌면 제가 간직한 할머니의 소중한 유품으로 남겠지요.
그래요,
한국에서의 그토록 오랜 세월 숱한 회한마져
늘 애정어린 기쁨으로 껴안으신 할머니의 고운 맘을 어찌 모를까요.
때문에 이 나라에서 많은 아름다운 추억도 남기셨죠.

하와이에 가셔도
더 이상 아프지 마시구요,
할머니의 굳은 신앙심처럼
내내 평안하시길 기도할께요.
우리 모두 멀지않아 영원한 여정을 함께 걸어야 하는...
몸놀림이 불편하시어 매양 겨워하심도
수유(須臾)요 이승의 찰나(刹那)려니 참으셔야겠죠.
"고통은 짧고 영광은 영원하다" 했잖아요.

잘 가셔요, 할머니, 쥴리아 할머니...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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