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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선

떠오르는 마음의 풍경 한가지-

내 어린 시절
한강에는 다리가 둘 밖에 없었다.
노량진과 용산을 잊는 한강 대교와 철교...
실상 사람과 차가 왕래할 수 있는 다리는 오로지 한강대교 뿐이었으니,
한때 보수공사를 했던지, 전시용 고무 보트를 이어 대교 바로 옆에
임시 다리로서 쓰인 적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노량진 쪽 임시 다리 입구엔 임시 장터가 생겼고
거기에서 제일 신명나는 볼거리로서 약장수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종종 나를 잘 데리고 외출을 하시던 할아버지,
그리고 한 번 내게 사주신 꿀꿀이 죽-
와, 그 맛이 일미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꿀꿀이 죽의 출처가 미군 부대였다는 것.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었다지만
우리 가족은 그 귀하다는 쌀밥이 늘 떨어지지 않았고
배고플 정도의 먹거리가 부족한 편은 아니어서,
꿀꿀이 죽이 모처럼 대하는 별미였을 뿐
겨우 끼니를 때우기 위한 요기는 아니었다.

어쨌든 종종 할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때로는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설농탕 곰탕도 맛보았고,
가끔 중국집 짜장면 맛은 단연 최고였다.

왜 갑짜기 할아버지와 꿀꿀이 죽 생각이 나는 걸까?

그때의 시골스런 임시 장터며 신묘한 약장수의 묘기...
그렇게 소박했던 서울 분위기를 떠올리면,
그 주변을 쌩쌩 달리는 엄청난 차량 행렬하며 완전히 달라진 현재
한강변의 모습을 대하노라면...무언가 소중함을 잃어버린 듯한
금석지감이라!

과거로 되돌리 수는 없지만,
그 때는 모든 것이 꾸밈없는 소박함이서
마치 할아버지의 구수한 담배 내음처럼
삶의 질박함을 더하는 은은함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내 마음의 풍경에는
늘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이 있어 좋다.
그 곳에 작은 돌맹이라도 던지면
"퐁퐁퐁..." 징검다리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의 모습이 어리는...
  • 영희 2009.02.22 13:03
    저는 한강의 다리가 왜 저렇게 안 떠내려가구 있을까? 늘 궁굼했지요~^^ 지금도 띨띨한 거는 마찬가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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