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독서 사도행전을 보면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은총과 능력이 충만한 스테파노 대 마음에 화가 치민 사람들.
성령이 충만한 스테파노 대 늘 성령을 거역하는 사람들.
하늘을 바라보는 스테파노 대 스테파노를 보며 이를 가는 사람들.
사람들은 스테파노를 보며 화가 치밀어 팔팔 뛰며 이를 가는데
스테파노는 그런 그들이 안중에도 없는 듯 초연한 것을 보며
우리는 마치 내가 스테파노인 양 고소해 하기도 합니다.
싸우는 영화에서 온갖 못된 짓을 하는 깡패가
처음에는 주인공을 우습게보고 의기양양하지만
주인공이 뛰어난 실력으로 깡패의 온갖 못된 기도를 물리치면
우리는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 대리만족을 하곤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어떻습니까?
스테파노입니까? 아니면 스테파노가
‘목이 뻣뻣하고 마음과 귀에 할례를 받지 못했으며
줄곧 성령을 거역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 사람들입니까?
화가 났을 때의 저를 보면
영락없이 하느님은 보지 않고 사람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여러분도 그럴 겁니다.
사람만 보면 화가 나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하느님은 보지 않고 사람만 봅니까?
뭔가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있기에 보는 것입니다.
화란 내 뜻대로 안 될 때 나는 것입니다.
일이 내 뜻대로 안 되면 화가 나는데
그것이 어떤 사람 때문이면 그에게 화가 나지요.
그리고 사람이 내 뜻대로 안 될 때도 그에게 화가 납니다.
그런데 내 뜻이라는 것이 두 가집니다.
잘 되기를 바라는데 그렇게 안 되어도 화가 나고
잘못 되기를 바라는데 그렇게 안 되어도 화가 납니다.
그러니까 잘 되기를 바라는데도 그렇게 안 되어 화가 난다는 것은
사랑 때문에도 화가 난다는 것인데
오늘 스테파노처럼 미워 죽겠는데 그래서 고꾸라지기를 바라는데
그렇게 되지 않으면 얼마나 더 화가 나겠습니까?
아니, 고꾸라지기는커녕 너무도 초연하고 의연할 뿐 아니라
자기들을 오히려 딱하게 여기고 나무라니 너무너무 화가 나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자주 말하듯 화나면 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화가 나면 진 것입니다.
요즘 대선 토론에서 볼 수 있잖습니까?
토론에서 이기기 위해 서로 다른 후보의 화를 북돋우고
화를 내면 즉시 그 토론에서 졌다고 하거나 말려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 스테파노처럼 월등하게 위에 있으면 아무리 깔짝거리고
약을 올려도 말려들거나 화내지 않고 초연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사람들이 사람만 보고 하늘을 보지 않았다고 하여
스테파노가 하늘만 보고 사람은 보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스테파노는 사람들을 무시한 것이 아닙니다.
하늘도 보고 사람도 보며 불쌍히 여기고 안타까워합니다.
이것이 하늘을 보는 사람의 인간에 대한 하늘사랑입니다.
그러므로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라는 기도가
진심에서 하는 기도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늘을 봄으로써 이미 하늘에 올라 가 있는 성령의 사람이
아직 지상에서 서로를 보며 싸우는 사람들을 보며 하는 사랑의 기도입니다.
우리도 스테파노처럼 하늘사랑을 하고,
그래서 사랑의 기도를 하는 오늘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