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이 우리 안에 있게 해주십시오.”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가 하나 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십니다.
주님의 이 기도를 묵상하며 주님께서는 이렇게 간절히 바라시는데
우리는 하나 되기를 바라고 하나 되려는 의지가 있는지 성찰케 되었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하면
하나 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할 사람이 하나도 없고
모두 하나가 될 수만 있다면 좋을 거라고 낭만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들어가면 진정 하나 되기를 바라느냐 하면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종교적으로 그리스도교신자들이 이슬람과 하나 되기를 원하고,
국가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사람과 하나 되기를 원하며,
민족적으로 우리가 북한 사람들과 하나 되기를 진정 원할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하나 되는 것은 원하지만
지금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사람과 하나 되기를 바랍니까?
그리고 하나 되고자 하는 의지는 있습니까?
저만 해도 2-30대까지는 하나 되려는 열망이 컸고,
아니 40대 중반까지만 해도 모두 하나가 되기를 바랐으며,
아무리 싫고 껄끄러워도 하나 되거나 하나 되게 하려고 갖은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애를 쓰는데 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고,
심지어 꼭 그래야 하느냐는 태도를 보이자 저도
굳이 그 힘든 노력을 하지 않고 싶어졌습니다.
한 편으로는 저도 지쳤고 나이 먹어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이것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시대의 흐름을 생각할 때
인간적인 이유만 가지고는 하나 되는 것은 시작부터 어렵습니다.
인간적으로는 공동의 이익 때문에 하나 되고,
공동의 관심사나 취미 때문에 하나가 되며
권력을 중심으로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이런 것이 아니면 하나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께서 아무리 하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셔도
하나 되고 싶지 않고 하나 될 수도 없지만
또 그러기에 오늘 주님의 말씀을 잘 귀담아 들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끼리 하나 되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끼리는 하나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되고,
삼위일체 하느님처럼 우리가 하나 되라고 하십니다.
우리 육신의 형제들이 이익이나 유산 앞에서는
하나 되지 못하고 갈라져서 싸우지만
부모 앞에서는 하나가 되는 것처럼
우리도 한 분이신 하느님 안에서만 하나가 될 수 있고
삼위일체 하느님처럼 사랑할 때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삼위일체 하느님처럼 사랑하는 거란 어떤 것입니까?
제 생각에 그것은 성령의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삼위일체 안에서 성령은 내(Ego)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성자께 대한 성부의 사랑이 성령이고
성부께 대한 성자의 사랑이 성령이니
나를 고집하는 나는 없고 사랑뿐인 존재가 성령이시고 사랑이신 겁니다.
그러므로 나도 하느님 안에서 성령처럼 될 때,
다시 말해서 나는 없고 내가 하느님의 사랑이 될 때
사랑을 할 수가 있고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아주 드물게 우리도 그런 적이 있지 않습니까?
정말 사랑할 때 나는 없고 오직 사랑만 있는 것 말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나는 없고 사랑만 되자고,
아예 내가 하느님의 사랑이 되자고 감히 다짐해보는 오늘이 되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