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김찬선 신부입니다.
제가 이곳에 와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보고
일부 이곳 사람들은 외부세력이라고 할 것입니다.
현 정부가 아닌, 전 정부 사람들은 사드문제를 지역문제로만 분류하고,
지역문제에 이 지역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와서 선동을 한다고 하면서
저와 같이 외부에서 온 사람들을 불순세력으로 만들고
오늘 우리가 드리는 미사조차도 불순한 정치운동으로 왜곡합니다.
그런데 분명히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사드문제가 성주 분들에게 환경적으로 제일 큰 피해를 주긴 하지만
결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반도의 문제이고 동북아 평화의 문제이고,
그래서 저는 오늘 이곳에 온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세월호 집회는 물론 밀양 송전탑 반대집회에도 갔고
제주 강정 군사기지 반대집회에도 갔지만 간 이유가 조금 다릅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집회에는 서울사람들 때문에 밀양 분들이 피해 보는 게
미안해서 가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서 갔지만
강정 군사기지 반대집회에는 제주 분들과 강정 분들만 당사자가 아니라
저도 당사자이기에 갔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도 마찬가지로, 국외자로서 성주의 여러분을
격려하거나 동참하기 위해 온 게 아니라 당사자로서 온 것이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 온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에 온 것은 강정이나 성주의 군사기지가
우리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확신에서 온 것이고,
우리가 원해서 이것들이 우리나라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강요에 의해서 배치되는 것이며
미국과 야합하여 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이 끌어들인 거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저에게 이런 확신을 준 것은 예수 그리스도시고 복음입니다.
주님께서는 무엇이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인지 모르는 예루살렘을 보시고
눈물을 흘리셨으며 세상이 주는 평화가 아니라 당신의 주는 평화를
추구하라고 제자들에게 명하셨습니다.
그것은 힘의 균형이나 무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의 평화입니다.
다음으로 저에게 확신을 준 것은 성 프란치스코입니다.
‘평화의 사도’하면 누구나 프란치스코를 떠올립니다.
그는 아시시 시장과 주교의 싸움을 중지시키고 <태양의 찬가>에
평화를 지니고 평화를 유지하는 사람은 복되다고 하였으며,
굽비오의 마을사람들과 늑대 사이에 평화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는 말로만 평화를 외친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평화를 증진시켰으니
평화의 정신을 가지고 이슬람을 찾아간 것이 가장 대표적인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당시 우리 교회와 왕들은 이슬람을 적으로 규정하였고,
그래서 이들을 무찌르기 위해 십자군을 대대적으로 일으켰습니다.
십자군은 시편 “하느님, 민족들이 당신 유산의 땅에 쳐들어와 당신의
거룩한 성전을 더럽히고 예루살렘을 폐허로 만들었나이다.”(79)를 읊으며
이슬람이 폐허로 만든 성지회복을 위해 거룩한 전쟁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는 하느님 안에서 이슬람을 형제로 보았고
이슬람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를 섬기는 그들의 신앙을 볼 수 있었기에
프란치스코는 그들의 형제가 되었고 평화를 이루어냈습니다.
프란치스코에게 있어서 평화는 자신만의 내적 평화가 아니라
종교 간의 평화, 민족 간의 평화, 세상의 평화까지 아우르는 것이었고,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도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면 평화를 사랑할 뿐 아니라
이루는 사람이어야 함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