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를 찾아온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를 표현할 때 '은총'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합니다.
첫 번째 표현은 '은총이 가득한 이'이며,
두 번째 표현은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동사로 표현되고,
다른 하나는 명사로 표현되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
두 표현은 같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 이어지는 표현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즉 주님과 함께 있는 상태가
은총의 상태임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뻐할 수 있고
그래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리아가 지금 처해있는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임신하게 됩니다.
유다 사회 안에서 이러한 것은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에게
기뻐하라고, 두려워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단 하나,
은총을 가득히 받았기 때문에,
더 나아가 주님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포르치운쿨라에서 시작한 우리의 무리는
이제 800년이라는 역사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수 많은 어려움도 있었고
수 많은 위기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우리 관구만 보더라도 8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순탄치만은 않은 길을 걸어왔음을 볼 수 있습니다.
아니 더 좁히자면,
오늘날 우리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모습들을 보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프란치스칸이라는 공동체가 유지되어 온 것은
주님과 함께 하려는 형제들의 노력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우리 모두 가난한 이들이고,
주님 보시기에 보잘 것 없는 이들입니다.
하지만 주님과 함께 할 때
우리는 기뻐하면서,
세상에서 오는 두려움을 떨쳐 내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이 길에 주님께서 항상 함께 하시면서,
은총을 내려 주시기를 청하며,
우리 각자도 주님 안에 머물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