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셨다.”
오늘 복음을 읽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말이
<당신에 앞서>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묵상하면서 든 생각은 내가 오늘 어디에 가든,
누구를 만나러 가든 그것은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내가 가는데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니 무슨 말입니까?
그것은 이런 뜻입니다.
내가 가는 것이 아니고 제자가 가는 것이다.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사도로 가는 것이다.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파견되어 가는 것이다.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일꾼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왜 이런 생각이 제게 들었을까요?
다른 때 같았으면 오늘 복음에서 빈손으로 간다든지,
순례자와 나그네처럼 가야 한다든지 아무튼
다른 주제가 떠올랐었는데 오늘은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그것은 주님의 파견을 받아 가지 않고 제가 갔으며,
주님에 앞서 간 것이 아니라 제가 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동안 프란치스칸 선교를 강의할 때마다
가장 강조한 것이 우리가 가는 것은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파견되어 가는 것이라는 점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그렇게 강조하여 얘기하면서
정작 저는 그렇게 가지 않는다는 것을 반성하였기 때문이지요.
사실 제가 주님의 제자나 사도로 가지 않는다면
가서 복음을 가지고 강의를 하고 성경 공부를 해도
그것은 내가 간 것이고 나의 일을 한 것입니다.
그럴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겠습니까?
사람들이 복음을 만나고 주님을 만날까요?
그렇지 않고 사람들은 성경지식만 쌓거나
주님을 팔아먹는 장사꾼만 만날 것입니다.
주님께서 나를 뽑으시고,
주님께서 나를 임명하시고,
주님께서 나를 파견하셨다는 것이 머리가 아니라
골수에까지 박혀 있어야 함을 다시 한 번 묵상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