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우리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
오늘 바룩 예언서는 하느님 말씀을 듣지 않았다고 세 번이나 뉘우칩니다.
바룩 예언자는 이렇게 얘기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불행선언을 당한
코라진이나 벳사이다 사람들은 듣지 못했다고 할 것입니다.
듣지 않은 것이 아니라 듣지 못했다는 얘긴데
그들이 비록 회개치 않은 나쁜 사람이긴 해도
그들의 말이 거짓이 아니고 진실일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의 말씀인 줄 알고도 듣지 않는 간덩이 큰 사람은
제 생각에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하느님의 말씀인 줄 몰라서 듣지 않은 것이고,
그러기에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은 것이 아니라 듣지 못하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보기에는
하느님이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말을 하고,
하느님의 말씀 같지가 않고 사람의 말 같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실 때는 늘 예언자를 통해 말씀하신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이 예언자를 예언자, 곧 하느님께서 보내신 자로 보는 데 실패하는 거지요.
물론 제가 여기서 얘기하는 예언자는 이사야나 엘리야 예언자처럼
누구나 인정하는 큰 예언자만이 아닙니다.
그런 위대한 예언자가 아니어도 하느님께서는
우리 같은 소 예언자들을 통해서 말씀하시고,
그들의 예언도 많은 경우 예언의 말 같지 않고
인간의 소리 같으며 저주와 분노를 토해내는 말처럼 들릴 것입니다.
사실 대 예언자들의 예언도 당시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통해서 하시는 하느님 말씀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예언은 왜 하느님의 소리가 아니라 사람의 소리로 들릴까요?
예언자들이 대표적으로 하는 예언들은
우상을 버리고 하느님을 섬기라는 것이고,
악을 그만 두고 선을 행하라는 것이며,
그리 하지 않으면 망할 거라는 겁니다.
너는 하느님을 잘 섬기고 있고
너는 선한 일을 하고 있으니
너와 너의 가족은 복을 받을 거라고 하였으면
그런 말은 하느님의 사랑의 말이고 축복의 말이라고 잘 받아들였을 겁니다.
그런데 그 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으니 하느님의 말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기는 하느님을 섬기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자기가 하는 일은 선한 일이며 적어도 악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자기가 멸망할 거라는 말은 예언, 하느님의 말씀이 아니라
인간의 말이고 저주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도 오늘 우리 자신을 잘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우상을 섬기지 않고 진정 하느님을 섬기는가?
내가 하는 일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선한 일인가?
아닌데도 나는 우기고 있지는 않는가?
잘못 살고 있는데도 잘 산다고,
불행한데도 행복하다고.
그러니까 회개하지 않고 우기고 있지는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