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오늘 주님 말씀을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종이라면 누구나 주인을 위해 깨어있지, 깨어있지 않는 종도 있나?
저의 생각은 결국 종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냐 아니냐의 문제,
자기가 종이라는 신원의식을 자긴 사람이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겁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듣고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
죄가 많아진 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다니
그러면 은총이 더 충만히 내리도록 죄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말인가?
그래서는 안 되기에 결국 저의 생각은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은총이 충만히 내리고
죄를 더 많이 지었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 은총체험을 크게 합니다.
자신이 죄인이라는 자기 인식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은총이란 거저 주는 선물입니다.
그러기에 내가 수고했기에 받는다면 그것은 대가이고,
내가 공로를 쌓았기에 받는다면 그것은 상이지 은총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은총을 받는 사람은 내가 한 것이 아무 것도 없거나
한 것이라고는 오히려 죄 짓는 것뿐이라고 생각한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대가를 받은 것과 은총을 받은 것,
상을 받은 것과 은총을 받은 것,
이것은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것이 우리에게 더 행복입니까?
대가건 상이건 은총이건 다 하느님께 받는 것이고 다 행복을 주지만
대가나 상은 내가 성취한 것이고 그래서 그 행복은 기쁨입니다.
이에 비해 은총은 내가 성취한 것이 아니고 거저 받은 것이고
그것도 벌 받아야 할 사람이 은총을 받은 거기에 그 행복은 감사입니다.
그렇다면 기쁨과 감사 중에 어떤 것이 우리에게 더 행복입니까?
제게는 감사가 더 행복이고 신앙인인 우리가 더 바라야 할 것이 이것입니다.
왜냐구요?
감사는 인격적이고 사랑이 흐르잖아요?
그리고 사랑이 기쁨보다 더 충만합니다.
이에 비해 대가나 상과 같은 기쁨은 사랑은 없기 십상이고
하느님도 빠질 수 있고 자기도취이거나 교만에 빠지게 할 것입니다.
죄인인데도 벌주실 하느님이 은총을 주시면
그 사랑이 얼마나 감사하고 더 나아가 얼마나 감격적입니까?
종인데도 마구 부려먹으실 주님이 오히려 식탁 봉사를 해주시면
그 사랑과 그 사랑의 겸손이 얼마나 감격적입니까?
앞서 얘기했듯이
대가나 상을 받는 기쁨은 교만하게 할 수도 있지만
무상의 은총에 대한 감사는 결코 교만하게 하지 않고
우리를 겸손하게 하고, 회개하게 하고, 사랑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은총에 감사를 하게 하는 우리의 조건은
우리가 죄인이라는 자의식과 종이라는 자의식임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