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서와 복음은 얼핏 보면 서로 상충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복음은 자신과 부모자식과 형제자매를 미워하라고 하는 반면
독서는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니 말입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그것들은 모두 이 한마디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사실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도 이웃을 미워하라는 것도
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시는 게 아니라면
사랑해야 할 사랑이 있고 미워해야 할 사랑이 있다는 얘기지요.
그러면 어떤 사랑은 사랑해야 할 사랑이고
어떤 사랑은 미워해야 할 사랑일까요?
한 마디로 얘기한다면 참 사랑은 사랑해야 하고
거짓 사랑이나 잘못되게 하는 사랑은 미워해야 하지요.
사랑은 언제나 그리고 누구나 사랑하는 것이지만
요즘 와서 많은 사람이 사랑을 잘못 이해하고
그래서 잘못 사랑하고 있습니다.
감성적인 사랑을 사랑으로 알고 있고
그래서 희생 없는 사랑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감성적인 사랑이란 싫고 좋은 감정에 따라 하기도 하고 않기도 하는 사랑,
다시 말해서 좋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않는 사랑이요,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하지 않는 사랑인데
이것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사랑이라고 부르지만
참 사랑이나 완전한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이런 사랑은 참 사랑이나 완전한 사랑이 아닐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사랑과 반대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기를 버리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을 소유하려는 사랑일 경우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애착이고 소유욕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랑은 사랑이 아니기에 미워해야 할 사랑일 뿐 아니라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을 따라가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악이며 원수이고 그렇기에 더더욱 미워해야 할 사랑입니다.
어제 성무일도 저녁기도 성경소구는 로마서 12장의 말씀인데
거기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권고하지지요.
“사랑은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악을 미워하고 꾸준히 선한 일을 하십시오.”
그렇습니다.
하느님 사랑을 방해하고 주님을 따르는 것을 방해하는 사랑은
거짓 사랑이고 악이기에 우리는 악인 사랑을 미워하는 겁니다.
사랑의 미명하에 악인 사랑이 나에게 있고,
내 곁에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