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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관계적 평화와 존재적 평화입니다.

관계적 평화는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을과 마을 사이에
국가와 국가 사이에
싸움이 없는 평화를 말합니다.

존재적 평화는 우리말로는 평안이라 함이 맞을 것입니다.
마음과 존재 모두 평화롭고 안전한 것이요,
다르게 얘기하면
마음의 갈등과 불안이 없는 상태입니다.

葛藤이란 칡과 등나무라는 본래의 뜻처럼
일이나 사정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화합하지 못함을 이르고
특히 마음 안에 두 가지 이상의 욕구와 가치추구가 있어
서로 대립함을 이르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을 때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 것이 없을 때
마음이 평화롭겠지요.
그래서 욕심 없는 가난한 마음이
곧 평화로운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평화는
불안이 없는 마음 상태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떠나더라도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떠나시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주님께서 떠나시어 갈길 잃고 헤매게 되더라도
산란해지지 말고 겁내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떠나심은 떠나심이 아니고
다시 오실 것이고
그래서 늘 함께 계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갔다가 너희에게 돌아온다.”고 하십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이런 평화입니다.
주님이 아니 계신 것 같지만 늘 함께 계시고,
그래서 존재 상황이 아무리 어렵고 혼란스러워도
주님만 함께 계시면 안심하는 평화입니다.

풍랑이 거센 호수를 제자들이 건너고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지 않아
제자들은 당황하고 두려움에 사로 잡혀 있었습니다.
그때 주님께서 다가오시어
용기를 내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 말씀에 베드로가 용기를 내어 거센 파도를 걸어서 건넙니다.
주님만 바라보고 갈 때는 물 위를 잘 걸을 수 있었는데
거센 바람을 보자 물에 빠져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소들이 평화로이 풀을 뜯는 목장에서
평화를 주제로 하는 그림 그리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두 어린이의 그림이 최종 결선에 올라왔습니다.
하나는 목장의 평화로운 풍경을 사실적으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다른 하나는 목장의 평화로움과는 정반대의 그림이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깎아지른 절벽 한 귀퉁이에
아기 새가 어미 품에 안겨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어미 품의 아기 새 그림을 장원으로 뽑았습니다.

아기에겐 엄마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평안합니다.
아기에겐 엄마가 없으면 아무리 평화로워도 불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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