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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비유를 드시는데

이 비유에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와 어떤 부자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오늘 비유에서 그 부자가 천국, 하느님 계신 곳에 가지 못한 것이

부자이기에 무조건 지옥에 갔다거나

부자지만 가난한 라자로에게 나누지 않아서라고 얘기하지 않고,

살아생전에 좋은 것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런데 살아 있는 동안 좋은 것을 많이 받은 것이 그 자체로

천당의 결격사유이고 지옥의 조건이라는 말입니까?

달란트의 비유에 의하면 좋은 것을 많이 주신 분도 하느님이고

적게 주신 분도 하느님이 아니십니까?

 

그러므로 좋은 것을 많이 받은 것이 문제가 아니고

그 다음이 문제일 겁니다.

 

우선은 받아 가진 것을 나누지 않은 것이 문제이겠지만

제 생각에 자기가 가진 이 세상의 좋은 것 때문에 안주함이 더 큰 문제요,

사랑이 집 문턱을 넘지 못하고 확장되지 못한 것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것이

우주까지 확장 되지 않고

영원까지 확장 되지 않아

천국까지 확장 되지 않은 사랑을 산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사랑이란 자기애에 불과하고

기껏해야 가족애에 그치는 사랑인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 세계 또는 자기 세상이라는 표현을 흔히 씁니다.

자기 세계가 강하다는 표현도 쓰고 자기 세계에 갇혀 산다는 표현도요.

어떤 부자가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 <어떤 부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떤 갇힌 사람>, 곧 자기 안에 갇힌 사람,

자기 가족 안에 갇힌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죽고 난 뒤 천국에 갈 수 없고,

천국에 갈 수 없는 것이 곧 지옥입니다.

 

천국이란 사랑이 공간적으로 우주까지 확장되고

시간적으로는 영원까지 확장된 곳이고 그래야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이지요.

 

우리의 사랑은 확장되고 있습니까?

아니면 쪼그라들고 있고 움츠러들고 있습니까?

 

이것을 묵상케 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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