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2 주일은 <하느님 자비의 주일>입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만나는 주일이라고도 할 수 있고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주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하느님의 자비 또는 사랑과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과 만나는 것이 어렵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하느님이 까다로우시기에 그 사랑을 얻는 것이 어려울까요,
아니면 우리가 하느님 사랑에로 나아가지 못해 어려울까요?
달리 말해서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해주지 않아서 만나기 어려울까요,
아니면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거나 못해서 만나기 어려울까요?
사실 하느님의 사랑은 만나기 너무도 쉽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쬘 수 있는 햇빛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나’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고 ‘나’에 갇히지만 않으면 됩니다.
자기밖에 없고,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 것만 챙기면
내 안에는 자기애自己愛밖에 아무런 사랑이 있을 수 없지요.
그렇다면 이런 사람에게는 왜 자기애밖에는 아무 사랑이 있을 수 없습니까?
우선 자기밖에 없거나 자기밖에 모른다는 것은
자기를 기준으로 자기 안에는 자기만 있고
자기 밖에는 사람이 있어도 없는 것이고 하느님이 계셔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있어도 없이 여기는, 다시 말해서 남을 업신여기고
무시無視하는 이런 교만한 사람을 누가 사랑하겠습니까?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겠지만 설사 아무리 사랑을 해줘도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밖으로 밀어낼 것이고 그래서
이런 사람에게는 하느님 사랑도 창밖의 여자처럼 밖에 있게 됩니다.
그런데 교만 말고도 내/자기 안에 갇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처럼 바로 두려움 때문에 갇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은 사람들이 두려워 문을 닫아걸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죽인 것처럼 그들이 자기들도 죽일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자기폐쇄증 환자가 다 이런 경우일 것입니다.
어렸을 때 각가지 폭력에 시달린 사람은
자라보고 놀란 사람 솥뚜껑 보고 놀라듯
자기 외의 모든 사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볼 것이고
그래서 자기 안에 갇혀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남을 자기 밖으로 밀어낸 교만의 경우와 반대로
두려움 때문에 자기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자기가 안으로 들어간 것이기에
오늘 주님처럼 하느님께서 사랑을 가지고 그의 안으로 밀고 들어가십니다.
이런 사람은 오늘 제자들처럼 하느님도 처음에는 두려워하겠지만
하느님은 오늘 주님처럼 차츰 그의 두려움을 녹여 평화가 깃들게 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차츰>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물론 하느님은 한 번에 두려움을 평화로 바꾸실 수도 있으시지만
차츰 그의 두려움을 바꿔주시는데 그것은 그의 속도에 맞추시기 때문이고
하여 두려움이 사랑으로 바뀌고 평화롭기까지 전 생애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그래서 두려움이 없어지면 자기를 열고,
하느님 자비의 바다로 나가 오늘 초기교회 신자들처럼
움켜쥐었던 자기와 자기 것을 다 내놓습니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오늘 두 번째 독서의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그 자녀도 사랑합니다.”라는 말씀처럼 모두를 사랑합니다.
애를 낳아봐야 부모의 사랑과 마음을 알듯이
하느님 사랑을 체험해야 하느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고,
하느님처럼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을 감히 먹을 수 있게 되며,
이렇게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하느님께서는 당신 사랑을 은총으로 주셔서
마음만 먹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모두를 사랑하게 하십니다.
이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먼저 체험하고
이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나누는 우리가 되기로 다짐하는 오늘입니다.
기도를 열심히 해야 내 영혼안에 주님을 만날 수 있다는...말을 의아하게
저는 생각하기에
"사실 하느님의 사랑은 만나기 너무도 쉽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쬘 수 있는 햇빛과 갚습니다." 라는
말씀을 보면 저는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술래가 찾기 어렵게 꼭꼭 숨어계시지 않을거라는 생각때문에..
(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이것이 어려운 것이겠지만...현재 저는 안에서 안주하면서...)
주님께서 나를 그토록 벌하셨어도 죽음에 내버리지는 않으셨네
시편 118,18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