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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선교학교>에서 특강을 하였는데

선교학교는 특별한 선교사 몇몇을 양성하는 학교가 아니라

선교는 보편성소라는 일깨움을 신자들,

특히 프란치스칸들에게 확산코자 마련한 단기 양성 과정입니다.

 

선교사란 파견의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그 파견이 해외파견도 있지만 국내파견도 있는 것이며,

국내파견도 공소나 오지에 특별히 파견될 수도 있지만

우리 삶의 모든 현장에 파견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디가 아니라 내가 파견되었다는 의식입니다.

 

제가 자주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라면

매번 미사 때마다 파견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미사가 끝났으니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전하시오라는 파견을

매 미사 때마다 우리는 받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집에서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간 것이 아니라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주님으로부터 파견을 받아

집으로도 가고,

일터로도 가고,

이웃과 세상 속으로도 가는 것이며, 이때 중요한 것이

앞서 얘기한 대로 내가 주님으로부터 파견되었다는 의식입니다.

 

그리고 파견되어 갈 때 또 중요한 것이

주님과 함께 가고, 복음을 들고 가는 것입니다.

미사가 끝남과 더불어 주님과 복음을 성당에 놔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가라는 파견 명령대로 주님과 함께 가는 것이고,

복음을 가지고 또는 살아있는 복음으로 가야 하는 거지요.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파견됨에 있어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주님께서는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무렴 파견되는 사람이 파견한 분보다 높다고 생각할까봐,

그래서 당신이 제자들보다 높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제자들로 하여금 주님보다 낮다는 것을 명심하게 하기 위함이겠습니까?

 

이것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다음 하신 말씀이지요.

그렇다면 주님이요 파견자인 당신이 모범을 보여주신 대로

종인 제자들도 파견되어 가면 발을 씻어주는 선교를 하라는 말씀이지요.

 

그런데 이런 선교는 어쩌면 선교가 아니고 그저 같이 있어주는 것입니다.

뭘 가르치고 거창한 선교프로젝트를 가동하는 선교가 아니라

같이 있음으로 해서 나는 그의 친구가 되고 그는 귀인이 되는 선교지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이상적인 얘기를 왜 했느냐 하면

그저께 일로 느낀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저께 이곳 한글학교 야간반에 처음으로 격려차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낮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중국 노동자들은 밤에야 시간이 나기에

한글학교 야간반을 얼마 전에 시작하였는데 가서 보니

제가 처음 일하러 나갈 때 같이 일하던 분이 배우러 오신 겁니다.

 

서로 깜짝 놀랐고 너무 반가웠지요.

같이 일할 때 저는 일을 몰라 딱한 처지였고 그는 말을 몰라 딱한 처지여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동병상련이랄까 마음으로 가까웠지요. 그래서 그저께

만날 때 제가 도움 많이 받았다하니 서로 도운 거라고 그분이 답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신부라는 것과 한글학교의 운영자라는 것을 알고 나니

이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동병상련을 하는 관계가 아니라 제 도움을 받는

기우는 관계가 되었고 그래서 서로 간에 조금은 어색했고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옛날 제가 우월적 위치에서 선교랍시고 했던 것들이 반성이 되었고

이분이 이런 관계가 싫어서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도 됐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섬기는 선교를 하고

하느님의 선물을 같이 나누는 선교를 할 수 있을지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너희도 섬기라는 주님의 말씀이 더 마음에 와 닿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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