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과 원로들은 온 교회와 더불어, 자기들 가운데에서 사람들을 뽑아
바오로와 바르나바와 함께 안티오키아에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요즘 개신교 천주교를 막론하고 교회의 타락상을 보며 교회를
믿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믿지 말라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신자들 가운데서도 하느님은 믿되 교회는 믿지 말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일리가 있을 수도 있고 아주 잘못된 말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믿지 말라고 하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사람을 하느님처럼 믿거나 완전하다고 믿는 경우
사람을 그렇게 믿지 말라는 뜻으로 믿지 말라고 한다면
이 말은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무조건 믿지 말라는 불신주의에서 나온 말이나
인격형성이 잘못되어 아무도 믿지 못해 하는 말이라면 잘못된 말이지요.
사람을 믿지 않고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며
사람은 믿지 말고 하느님만 믿으라는 뜻이라 해도
그것이 어찌 올바른 신앙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을 잘못 믿지 말라거나 나쁜 사람, 예를 들어 이익을 쫓는 사람이나
교활하고 사악한 사람을 믿지 말라는 말은 옳지만
사람은 무조건 믿지 말고 누구도 믿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지요.
마찬가지로 교회도 잘못 믿거나 잘못된 교회를 믿어서는 안 되지만
무조건 교회를 믿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고,
우리의 사도신경이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를 믿으라고 하고,
니케아 콘스탄티노풀 신경이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으라고 가르치듯 이런 교회는 믿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믿지 말아야 할 교회는 어떤 교회이고
믿어야 할 교회란 어떤 교회입니까?
사실 교회라고 해서 다 교회가 아닙니다.
어떤 교회는 사기꾼들의 집단이지 교회가 아니고,
어떤 교회는 광신자들의 집단이지 교회가 아닙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교회이고 참 하느님이 계셔야 교회입니다.
권력과 욕망만 있고 하느님이 안 계시면 아무리 교회라고 우겨도
권력 집단이거나 인간적인 공동체이지 교회가 아닙니다.
실로 오늘날 우리 교회들은 박해시기의 그 가난하고 작은 교회가
더 이상 아니고 권력집단들이 되었고,
세상을 복음화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욕망을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에 의해 세속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듯이
세상 안에서는 진작 하느님이 죽었고,
교회 안에서도 이제 하느님은 죽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교회를 믿어야 합니다.
인간에 의해 타락한 교회를 믿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교회를 믿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 역사를 보면 교회가 복음과는 거리가 멀게
돈과 권력으로 인해 너무도 썩었던 시기가 숱하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부패한 교회가 망하지 않을 걸 보면 그것이 바로
성령께서 교회를 이끄시는 표시라고 농담반 진담반 얘기하곤 하지요.
교회가 가장 부패했을 때, 그 때마다 성령께서 성인들을 보내셨다는 것이고,
그래서 교회는 언제나 죄인들의 교회이면서 거룩한 교회인 거지요.
그리고 성령의 교회는 개교회個敎會이면서 보편적인 교회입니다.
그래서 개개의 교회는 한 시기 성령의 은사를 지니며 살다가도
다른 한 시기 은사를 잃고 타락도 하지만 지역을 초월하고
시기를 초월하는 보편교회는 거룩하고 영원합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사도행전의 사도들의 교회는 성령의 교회의 모범입니다.
이방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성령과 우리는...보내기로/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리는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이 성령의 교회를 믿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