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세속世俗과 재속在俗
수도자에게 세속적이라고 하면 아주 안 좋은 욕이 됩니다.
세속을 떠나 수도자가 된 것인데 세속적이라니 몸은 분명
수도원에 있지만 정신은 세속인의 정신과 같다는 얘기지요.
세속적이라는 말은 그러나 수도자에게만 나쁜 뜻이 아니라
수도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나쁜 뜻으로 쓰입니다.
그 사람 참 세속적이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지요.
그런데 우리가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세속이란 무엇이고 세상과 세속의 차이는 무엇인지 말입니다.
왜냐면 오늘 요한복음에서 세상이 미워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때 세상은 우리를 미워하는 악한 세상의 의미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헌데 어떻습니까?
세상은 나쁜 것이고 악한 것입니까?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이고 보시고 좋다 하셨는데도요?
그럴 리 없고 그러기에 악한 의미의 세상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을 배제하고
그래서 하느님이 안 계시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의 세상이지요.
그런데 오늘 요한복음에서 주님의 제자들은 세상에 속하지 않아서
미움을 받는 것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세속이란
앞서 얘기한 대로 하느님을 배제하는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이고
세속적이라 함은 하느님을 빼놓고 뭐든지 하려는 정신이나 태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속적이지 말아야 하고 세속에서 떠나야 합니다.
프란치스코도 나환자와의 만남을 통해 회개를 한 후 이런 말을 했지요.
“죄 중에 있었기에 나환자를 보는 것이 쓰디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 친히 나를 그들 가운데로 이끄셨고 나는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비를 실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서 떠나올 무렵에는
나에게 쓴맛이었던 바로 그것이 도리어 몸과 마음의 단맛으로
변했습니다. 그 후 얼마 있다가 나는 세속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는 세속 떠났다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히려 세상 가운데로 들어갔습니다.
정신은 세속을 떠났지만 몸은 오히려 세상 가운데로 들어간 것입니다.
세속화된 세상을 복음화하기 위해 세상 한 가운데로 들어간 것입니다.
이런 프란치스코를 따르는 가족 중에 재속 프란치스코 회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회개 한 다음 세속을 떠났다고 할 때 이 세속이란 말이
라틴말로 Saecula인데 이 Saecula에 재속의 뜻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분들은 세상에 있으면서 세속적일 수 있고 재속적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놓치고 복음의 정신을 잃으면 즉시 세속적이게 되고,
하느님 안에 머물며 복음의 정신을 가지고 세상 가운데서 살면
그 이름대로 세상을 복음화 하는 재속이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우리를 뽑으셨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주님께 뽑힌 사람인데 그래서 영광스럽고 기쁩니까?
우리가 신앙인이고 주님을 얼마간이라도 사랑한다면
주님께서 다른 사람을 안 뽑으시고 나를 뽑으셨다고
아주 영광스럽게 우리는 생각하고 자랑도 할
그런데 나를 뽑으신 것이 세상에서 뽑으신 거라면
그래서 내 술친구도 잃고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된다면
그래도 주님이 나를 뽑으신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겠습니까?
아니, 그만큼 주님을 사랑하십니까?
이것을 성찰케 되는 오늘입니다.
^^
재속회원으로의 삶에대한 자긍심을 갖게해주신
말씀 명심하여 잘 살 것을 다시한번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