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
오늘 주님의 말씀들은 아리송합니다.
당신 이름으로 지금까지 청한 적이 없으니 이제부터 청하라고 하시고,
그렇게 청하면 청한 것을 받을 거라고 하시는데 이어지는 말씀에서는
당신 이름으로 청한다고 해서 당신이 우리를 위해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러면 이게 도대체 뭔 뜻입니까?
당신이 우리를 위해 대신 아버지께 청해주시는 것이 아니라면
뭐 하러 당신 이름으로 청하라하시는 거지요?
제 생각에 주님의 이름으로 청하라는 것은
주님의 이름으로 하라는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무엇을 할 때 주님의 이름으로 한다면
주님 뜻에 어긋나게 하지 않을 것이고
주님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이름을 빛나게 하지요.
포르치운쿨라 행진을 할 때 행진 구호로 제가 ‘주님의 이름으로’하고
선창을 하면 행진자들은 큰 소리로 ‘행진’을 함께 외치고 출발합니다.
이때부터 행진자들은 자기 혼자 행진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이름을 걸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며
주님의 이름을 내걸고 주님의 영광을 위해 행진을 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주님의 이름으로 청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내 이름으로 청하면 하느님께서 들어주시지 않으니
주님의 이름으로 그러니까 주님의 힘을 빌려 청하는 것입니까?
그러면 이것은 주님을 통하지 않으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우리에 대한 직접적인 사랑은 없으신 하느님이라는 얘기가 되고,
주님은 하느님 은총과 자비의 줄을 틀어쥐고 있는 분이라는 얘기가 되지요.
옛날 박정희 정권 때 박정희 대통령 밑에 차지철이라는 경호실장이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모든 언로를 틀어쥠으로써 모든 얘기가 자기를 통해
올라가게 했고 그래서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게 했지요.
주님은 이런 분일 수 없고 그래서 주님의 말씀은
권력적인 언사가 아니라 사랑의 언사인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오해 없도록 이 말을 덧붙이셨지요.
“그날에 너희는 내 이름으로 청할 것이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아버지께 청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바로 아버지께서 너희를 사랑하신다.”
아버지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니 당신이 아버지의 그 사랑을
가로막지 않으시고 우리의 직접적인 청도 막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이며,
막지 않을 뿐 아니라 외려 사랑의 통로가 되어 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직접 청을 하도록 성령을 보내시어 이 성령의 힘으로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하셨으며,
그렇지만 당신을 통해서도 아버지 하느님께 청하게끔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만이 아니라 어머니 마리아를 통해서도 청하게 하셨고,
성인들을 통해서도 청하게 하셨으며,
우리 서로를 통해서 청하게 하셨고,
혼자 청하는 것이 어려우면 둘이나 셋이 모여서 청하라고도 하셨으며,
아무튼 우리가 하느님께 청하는 통로를 당신이 독점치 않으십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 것도 청하지 않았다.”고 하신
말씀의 뜻은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 주님을 염두에 두지 않고 청하였고,
주님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것을 걸맞지 않게 청하였다는 것일 겁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시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내 욕심만 채우는 기도만 한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오늘 주님의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