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베드로 서간을 읽으면서 <은총의 훌륭한 관리자>라는 말이
눈에 특별히 들어왔습니다.
나는 과연 은총을 훌륭히 관리하는 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텐데
은총의 관리자 그것도 훌륭히 관리하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인 겁니까?
그런데 생각을 이어 가다가 보니 은총을 관리하는데
내게 주신 은총과 공동체에 주신 은총 두 가지 차원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내게 주신 은총을 잘 관리하는 것이란
마치 힘들게 번 돈을 잘 관리하여 낭비되는 것이 없게 하는 것과 같이
받은 은총도 줄줄이 새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낭비되는 일 없게 하는 것이라는 면에서 비슷하지만
돈 버는 것과 은총을 받는 것은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힘들게 돈 버는 것은 자기의 노고가 들어갔기에 일단 귀하게 여기고
그래서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들은 낭비하지 않겠지만
은총은 본래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주시는 선물이기에
마치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나 복권당첨으로 쉽게 얻은 돈이
쉽게 탕진되는 것처럼 낭비되기 쉬울 것입니다.
그런데 돈이 낭비되는 것은 무엇인지 알겠는데
은총이 낭비된다는 것은 어떤 겁니까?
제 생각에 그것은 은총이 은총인 줄 모르는 것입니다.
옛날 제 친구가 33살 젊은 나이에 가까스로 신품 받고 바로 죽었는데
그때 간호하면서 우리 몸에 나트륨이나 소듐 같은 것이 조금만 부족해도
오줌이나 방귀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는
제가 아무 노력 없이도 오줌 누고 방귀 뀌는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고 있음을 많이 반성하게 되었지요.
사실 우리는 공기나 물이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것을 느끼며 살아갑니까?
그것이 은총이라는 것을 느끼며 살면 숨 쉴 때마다 감사하고
물 마실 때마다 감사할 것입니다.
전에 돌아가신 저희 수사님은 물을 드실 때도 벌컥벌컥 마시지 않고
반드시 귀한 음식인 듯 앞에 놓고 성호경을 경건하게 바친 다음 드셔서
그냥 생각 없이 물 따라 먹던 제가 멈칫했던 적이 많았는데 그런데
은총으로 물을 마시는 수사님과 그냥 마셔대는 저 중에 누가 행복합니까?
그런데 베드로 사도가 오늘 은총의 훌륭한 관리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공동체에 주어진 여러 은총을 잘 관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은총이 자기 배 불리는 쪽으로 사용되지 않고
서로를 위해 봉사하는 쪽으로 사용되게 하는 것입니다.
“저마다 받은 은사에 따라, 하느님의 다양한 은총의 훌륭한 관리자로서
서로를 위하여 봉사하십시오.”
우리는 각기 다른 은사를 받았는데 그것이 앞서 얘기한 대로
자신의 행복과 구원을 위해 잘 쓰여 지게도 해야겠지만
서로를 위해서 쓰이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고,
사실 서로를 위해 쓰게 하는 것이 가장 잘 쓰이게 하는 것이란 말이지요.
좋은 머리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그 쓰임이 가장 천합니다.
그런데 남을 유익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데 쓰이면
사람도 얻고 사랑도 얻기에 그 쓰임이 아주 귀하지요.
또 물 한 방울로는 아무 것도 못하지만 모아지면 큰 힘을 내듯
은사 하나로는 그리 대단한 것이 못 되지만
은사가 모아지만 개인과 공동체에 모두 은총이 풍성할 겁니다.
일 벌리기를 잘하는 제가 선교 협동조합을 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런 것, 곧 은사의 협동입니다.
협동조합이 생길 때 여러분의 다양한 은사가 모아지기를
기대하며 기도하는 오늘입니다.
'은사의 협동'이 곧 이루어지리라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