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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법 학자와 바리사이 몇이 예수님께 다가옵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복음을 보면 이들이 끊임없이 주님께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찾아오는 이유가 주님께 대한 믿음에서 찾아온 것이 아니고
믿기 위해 찾아온 것도 아닙니다.
또 치유의 은총을 받기 위해서 오는 것도 아니고
좋은 말씀을 듣기 위해서 오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 시비를 걸거나 시험하러 찾아오고, 그래서
주님과 논쟁을 벌이거나 꾸중을 듣고 돌아갑니다.
제가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 같으면
자기 동료들이 그렇게 꾸중을 듣고 창피 당하였다는 얘길 들으면
찾아가지 않을 텐데 또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무관하고 무관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 주님을 찾아온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조금 특이합니다.
주님께서 일으키시는 어떤 표징을 요구합니다.
이것을 보면서 저는
주님께 어떤 표징을 요구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종신 서원을 앞두고 30일 피정을 할 때입니다.
저는 신학교를 다니면서 너무 많은 외부활동을 하였습니다.
결핵환자들을 위한 일,
버스 안내양들을 위한 야학,
넝마주의자들을 위한 일 등을 아주 열정적으로 하였습니다.
일에 빠져서 공부도 기도도 소홀히 하였지요.
그러니 종신 서원을 앞두고 있는데도
저의 영적인 상태는 메마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기도를 해도 하느님이 아니 계신 것 같이 무미건조하기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체험을 진짜 찐하게 하지 않으면
종신 서원을 포기하겠다는 마음으로 피정에 들어갔고, 그러기 위해
단식 피정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단식을 하니까 잠이 일찍 깨는 것이었습니다.
10여일이 지난 어느 날도 잠이 일찍 깨어 형광등 불을 켰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제 방의 형광등은 전에도 제멋대로였기에
머리맡에 초와 성냥을 늘 준비해놓고 있었는데
이날 성냥을 더듬어 찾아 불을 켜는 순간
악마적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느님 당신 계시다면, 그리고
저를 사랑하신다면
제가 성냥불을 켜는 순간 저 형광등이 동시에 들어오게 하십시오.”
그런데 그렇게 성냥불을 켜는 순간 정말 형광등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너무나 놀라 꼼짝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두려움이라기보다는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물이 사면에서 엄청난 압력으로 누르는 것과 같은
엄청난 압도감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러는 중에도
제 머리 속에서는 계속 이 생각, 저 생각이 끊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기적이다, 아니다.
기적이다, 우연이다.
기적이다, 내가 모르는 과학 현상일 뿐이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그런 상태로 있다가
해가 떴을 때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게 깨달음이 온 것은 그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저 해가 바로 기적, 하느님의 표징이 아닌가?
나는 왜 지금까지 해 뜨는 것에서 하느님을 보지 못했는가?
내가 저 해를 만든 것도 아니고
인간 누가 만든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저 해가 하느님 표징이 되지 못하는가?

가만히 성찰해 보니
매일 뜬다고 거기서 하느님을 보지 못하는 나의 불감증,
그것은 저의 완고함 때문이었습니다.
매일 아침기도를 하며
‘오늘 주님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라’는 기도를 하면서도
완고한 마음 때문에 감각이 무디어져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나,
이 완고한 마음을 깨기 위해 특별한 표징을 보이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도 똑 같은 마음입니다.
이에 대해 주님께서는 악하고 절개 없는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의 기적밖에 보여줄 것이 없다 하십니다.
자기가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
자기가 죽었다가 살아나는 회개,
이것이 어떤 기적보다도 기적이고,
이렇게 될 때 하느님의 널려있는 표징들을
우리는 만나게 된다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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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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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어린양 2008.07.21 11:31:15
    자녀들의 아주 작은 흥얼거림도
    반가이 맞아주시고 상대해주시는
    자애로우신 주님을 찬미합니다~~~~
  • ?
    홈페이지 쥬라블 2008.07.21 11:31:15
    말씀 잘 묵상하고 떠납니다.

말씀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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