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가 아니더라도 종종 하느님의 선을 파괴하여 악으로 만들려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그런 사람을 악마와 같다거나 악마라고 하는데,
교회는 하느님의 선을 파괴하고 우리가 하느님께로 가는 것을 막는
영적인 존재가 있다고 믿고 그런 존재를 악마 또는 사탄이라 합니다.
그리고 그 반대로 하늘에서는 하느님을 섬기고
땅에서는 우리를 보살피는 영적인 존재 또한 있다고 교회는 믿는데
이런 존재를 천사라고 하고 그 대표적인 천사들이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대천사들입니다.
그래서 오늘 축일의 본기도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천사와 인간의 임무를 오묘히 나누어 맡기셨으니
하늘에서 하느님을 섬기는 천사들이
이 땅에서 저희 삶을 보살피게 하소서.”
그런데 오늘 묵시록은 이 대천사 중에서 미카엘을 특별히 얘기합니다.
“그때에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운 것입니다.”
악마란 악령에 힘입어 하느님의 선을 악으로 만드는 존재요 세력이라면
천사란 성령에 힘입어 하느님의 선을 선으로 보존하는 존재요 세력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 당연히 악마와 천사 사이에는 싸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저의 생각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나와 다른 것을 틀렸다고 하여
내 생각대로 고치려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하지만
반대로 참으로 틀린 것이 있다면 고쳐줘야 하는 것처럼
내가 싫다고 악이라고 하고 그런 사람을 악마라고 하며 싸워서는 안 되지만
참으로 하느님의 선을 파괴하고 우리가 하느님께로 가는 것을 막는
그런 존재나 세력이 있다면 맞서 싸워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성령의 인도를 받아 광야로 가
악령과 맞서 싸우셨고 공생활 내내 복음 선포와 함께 악령을 추방하시고,
그제 복음에서 봤듯이 복음을 선포하라고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악령을 쫓아낼 힘과 권한을 제자들에게도 주셨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악의 세력과 싸워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우리도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힘을 하늘로부터 받아야 합니다.
이 힘을 받는 것이 기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청원기도를 좋지 않거나 저급의 기도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지만
청할 때 다른 것을 청하기보다 이런 힘을 청하는 것이 좋은 청원기도이고,
기도 안에서 이런 힘을 얻는 것이 옳은 관상기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복음을 보면 예수님이 안 계실 때 사람들이 악령 들린 사람을 데리고 와
제자들에게 그 악령을 쫓아내달라고 하였지만 제자들이 쫓아내지 못했고,
그래서 제자들이 왜 자기들은 쫓아낼 수 없었느냐고 나중에 따로 묻지요.
이에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고 답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늘이 열리고 천사들이 주님 위에 오르내렸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도 하늘이 열리고 천사들이 우리 위에 오르내리는 것을
우리가 기도 안에서 보고 체험하는 오늘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