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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바리사이들이 보낸 사람들에게 요한이 한 말입니다.

어제, 그제 저희 수도원에서는 김장을 담갔습니다.
저도 같이 김장을 담그는 일을 하였는데
그제 안 오셨던 자매님이 어제는 새로 오셨습니다.
작업복 차림의 저를 보고
“아저씨, 엄두가 나지 않아 그렇게 보슈?”하고
하대하듯 얘기를 하십니다.
제가 누군지를 알고 나중에 미안해하실 것을 생각하니
제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다른 한 편 오늘 복음을 묵상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즉시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분이 주님이고
우리가 기다리는 주님은
이미 오셔서 우리 가운데 서 계신다는 말씀이지요.
오시는 주님은 다른 곳에 계시다가 우리에게 오시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가운데 이미 와 계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우리 가운데 누구입니까?
우리가 모르는 사람이라니,
우리 가운데 내가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누구를 말하는 것입니까?
그러니 이 말씀은 우리 가운데 누가 주님인지 모른다는 말씀이네요.
개똥이 엄마가 사실은 주님인지,
이 장수 씨가 사실은 주님인지 우리는 모른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두렵습니다.
못 알아 뵐까봐.
홀대할까봐.
냉대할까봐.
하대할까봐.
무시할까봐.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왜 모르는 분으로서 우리 가운데 계실까요?

사실인지, 아니면 지어낸 얘기인지 모르지만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들은 얘기인지, 아니면 제가 지어낸 얘기인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정확히 아시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기도는 아주 열심히들 하는데
형제 관계가 좋지 않은 수도원이 있었습니다.
이 수도원에 성인으로 추앙받는 한 수도자가 들렀습니다.
그러다 이 수도원에 하느님께서 보내신 위대한 사신이 있다고
넌지시 얘기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수도자들은 서로 이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고는
서로 행동거지를 유심히 관찰하고
서로 하는 말을 유심히 듣고
최대한의 존경을 서로 간에 표했습니다.
그래서 얼마가 지나자 모두 성덕에 있어서 뛰어나게 되었고
형제애가 돈독해졌을 뿐 아니라
기도 안에서 형제를 위해 기도하고
형제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는 경지가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모르는 분으로 계시는 뜻이 이것 아닐까요?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모르는 분으로 계시는 근본적인 이유는
모르는 분으로 계시는 것이 그분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아레오파고에서 아테네 시민들에게 설교할 때
알지 못하는 신에 대해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알지 못하는 신, 우리가 모르는 신이 진짜 신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은 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고
신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모른다고 인정하는 겸손한 사람이
아기로 겸손하게 오시고
마구간 구유에 가난하게 오시는 주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말씀하시는
성령의 불을 끄지 말고
예언을 업신여기지 말고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은 간직하라는 말씀은
사랑의 성령의 겸손한 눈과 귀로
우리가 아는 것 너머로 겸손하게 오시는 주님을
예민하게 알아뫼시라는 말씀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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