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당쇠 2008.12.30 05:00

12월 30일-세모에

조회 수 1195 추천 수 0 댓글 1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이면 묘한 감상적 허무주의에 빠집니다.
빠진다는 표현이 너무 부정적이라면 즐긴다 함이 좋을 듯합니다.
결국 지나가고 마는 것을
뭐 그리 대단한 것인 양
뭐 그리 조바심하고
뭐 그리 집착하고
뭐 그리 열을 내었는지
약간은 우습게 여기기도 하고
약간은 허탈해하기도 하면서
그것들을 놓아버린 해방감과 자유를 즐기고
그것들을 털어버린 후련함을 즐깁니다.

30년도 더 전 대학 시험을 치를 때입니다.
저는 집중력이 꽤 강한 편입니다.
하여 저의 공부는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열심히 듣는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예습이나 복습이라는 것도 별로 없고 노트를 하지도 않지요.
그런데도 1등을 곧잘 하고는 하였기에
방자한 마음과 젊은 날의 치기로
대학 시험을 조롱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세상이 대학 합격을 그렇게 중요시 하고
다른 친구들은 대학 들어가기 위해 그렇게 매달리는데
나는 그 대학을 일부러 떨어지기로 마음먹고
친구들을 꼬셔서 시험 보는 날 술을 같이 먹고 시험을 치렀습니다.
모두 떨어졌고 저도 당연히 떨어졌지만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공부할 생각이 없어 한 해를 거의 다 허비하다가
시험을 50여 일을 앞두고
한 번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공부를 하였습니다.
마음을 먹으니 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고
하루에 한 시간만 자도 피곤하지가 않았고
읽는 대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40여 일만에 해야 할 공부 다 하고는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남은 날을 같이 재수하는 친구들을 다시 꼬셔서
들로 산으로 다녔습니다.
친구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시험에 초연할 수 있어야 시험을 더 잘 본다는
저의 말에 끌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행동을 같이 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친구들을 성당으로 데리고 가서 코헬렛서를 들려주었습니다.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
사람이 하늘 아래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으랴!
지금 있는 것은 언젠가 있었던 것이요
지금 생긴 일은 언젠가 있었던 일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을 리 없다.”
이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사를 우습게 보는 근거이고
제가 이 세상사에서 승리를 하고 성공을 하려고 할 때마다
그리고 욕심을 부릴 때마다 떠올리는 것이 이 구절입니다.
그리고 요한의 오늘 편지도 떠올립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감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벼운 것도 아니고
욕망으로 살아가서도 아니 되는 소중한 것입니다.
열심히 치열하게 이 세상 안에서 살아야 되지만
천상을 갈망하며 살아야 하는 거룩한 것입니다.

요 며칠 사이 가슴 아픈 두 탈북자를 만났습니다.
하나는 하나원을 갓 나와
이제 한국 사회 정착을 시작하는 36세의 남자인데
넘어오는 과정에서 아들을 강물에 떠나보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직 하나원에 있는 50대의 남자인데
이분 역시 배를 타고 넘어오다 인천 앞 바다에서 큰 파도에 배가 뒤집혀
같이 오던 사람은 죽고
자기는 밧줄로 몸을 배에 묶어 간신히 살아났습니다.
이들에게 삶이란 만족한 삶이냐 아니냐
행복한 삶이냐 아니냐를 한가하게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현실입니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이 곧 행복이고
살아있기에 열심히 살아야 하는 삶일 뿐입니다.
이분들 앞에서 옷깃을 여밉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마니또 2008.12.31 01:41:21
    신부님~식구들이 다 아파요.ㅎㅎ 남편은 아픈 아기들한테 폐렴을 옮겨와서 열이 펄펄나고..저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지병과 일년 쌓인 피로가 몰려와 몸살을 앓아요~^^ 한 해동안 베풀어주신 신부님 사랑의 수고..감사드려요.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엮어 감사의 꽃 한 다발..두고갑니다 ♥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02Jan

    1월 2일-서로 의미가 되는 주님과 우리

    오늘 요한의 편지에는 머문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옵니다. “처음부터 들은 것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면, 여러분도 아드님과 아버지 안에 머무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 가르침대로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그러니 이제 자녀 여러분, 그분 안에 머무르...
    Date2009.01.02 By당쇠 Reply0 Views1044
    Read More
  2. No Image 01Jan

    새해 소망

    2009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채봉씨의 글에서처럼 새해를 시작하는 그 첫마음으로 올 한 해를 살았으면 합니다. 또 한 해를 시작하면서 복을 빌어주는 그 마음으로 올 한 해 그렇게 살았으면 합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처럼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고...
    Date2009.01.01 By마중물 Reply1 Views1113
    Read More
  3. No Image 01Jan

    하느님의 어머니 성 마리아 대축일

    오늘은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며 동시에 평화의 날이고, 태양력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날입니다. 하느님에게 있어 시간은 영원하고 동시에 순간입니다. 그러나 우리 불완전하고 유한한 사람은 이 영원을 때와 절기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어...
    Date2009.01.01 By이대건 Reply4 Views1227
    Read More
  4. No Image 01Jan

    1월 1일-첫날에

    기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소의 해가 밝았다는 뜻이네요. 우습지 않습니까? 신앙인인 우리가 이런 말을 쓴다는 것이?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님께서 주신 새 해가 밝았다 함이 맞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소의 해, 닭의 해가 아니고 늘 언제나 하...
    Date2009.01.01 By당쇠 Reply2 Views1039
    Read More
  5. No Image 31Dec

    12월 31일-세모에(II)

    한 해를 마감하는 날입니다. 한 해를 마감하며 우리는 한 해를 돌아봅니다. 그런데 왜 돌아봅니까?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어버렸는데, 앞만 보고 가기도 바쁜데 왜 돌아봅니까? 잘한 것은 무엇이고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살피기 위해서 돌...
    Date2008.12.31 By당쇠 Reply0 Views1049
    Read More
  6. No Image 30Dec

    12월 30일-세모에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이면 묘한 감상적 허무주의에 빠집니다. 빠진다는 표현이 너무 부정적이라면 즐긴다 함이 좋을 듯합니다. 결국 지나가고 마는 것을 뭐 그리 대단한 것인 양 뭐 그리 조바심하고 뭐 그리 집착하고 뭐 그리 열을 내었는지 약간은 우습게 여...
    Date2008.12.30 By당쇠 Reply1 Views1195
    Read More
  7. No Image 29Dec

    성가정축일(나해)

    저는 어릴 때 외가에 놀러가는 것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방학이 되면 어머니를 졸라가고, 사촌누나들의 손을 잡고 며칠씩 보내다 온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1년에 한 번 외할아버지 영명축일이 되면 모든 외가식구들이 전부 유성으로 모였습니다. 어머니가 9남...
    Date2008.12.29 By이대건 Reply1 Views105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276 1277 1278 1279 1280 1281 1282 1283 1284 1285 ... 1369 Next ›
/ 136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