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하고 나서 그들에게 제비를 뽑게 하니 마티아가 뽑혀,
그가 열한 사도와 함께 사도가 되었다.”
아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제 세례명이 마티아입니다.
레오나르도는 수도명인 거지요.
그런데 지금도 제 신앙의 수준이 얕지만 지금보다 더 얕을 때
마티아가 다른 사도들과 비교하여 열등한 사도인 것 같아 안 좋아 했지요.
왜냐면 처음에 뽑히지 않고 나중에 땜장이로 뽑히고,
뽑힌 것도 주님이 아니라 사도들에 의해 뽑힌 것 같아 마치 등급이
떨어진 사도, 주님의 사랑을 덜 받은 사도인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제 본명을 별로 안 좋아했고 마티아 사도를 덜 자랑스럽게 여겼지요.
이는 마치 출연키로 한 유명 배우나 가수가 갑자가 펑크를 내자
이름 없거나 실력이 좀 떨어진 인물을 대타로 세우는 것처럼 여긴 거지요.
그러나 이제는 사도들에 의해 뽑혔어도
주님께서 뽑으신 거라는 것쯤은 믿는 신앙으로 성장을 하였지만
지금도 언뜻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머리 신앙과 마음의 신앙이 다릅니다.
어떤 생각이냐 하면 아무리 기도한 다음 선출을 한 것이지만
만일 자기가 아니라 요셉이 뽑혔다면 자신이 뽑히지 못한 거에 대한
인간적인 부끄러움이나 패배감 같은 것이 마티아에게 있지 않았을까,
또는 하느님께서 요셉보다 자기를 덜 사랑하신 것이 아닐까 하고
마티아가 생각하거나 그로 인해 요셉을 시기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거지요.
그런데 마티아 사도가 그렇게 생각했을 리 없겠지요.
내가 꼭 주역이어야 하고 조역이나 땜장이인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세속적이고 인간적이며 프란치스코의 표현대로라면 ‘육의 영’에 의한 겁니다.
그러나 마티아 사도는 이미 ‘주님의 영’으로 충만한 상태에 있기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만이 중요하지
내가 어떻게 되는 것은 개의치 않는 경지에 있었음에 틀림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마티아 사도는 조역이어도 땜장이어도 그 역할에 기꺼했을 것이고,
이런 면에서 마티아 사도는 프란치스칸 작은 형제였을 거라 생각되어
요즘 와서 마티아 사도에 대해 새로운 친밀감을 느끼게 됩니다.
한 40년쯤 전에 저희 수도회 한 총장님이 교황님을 알현하게 되었을 때
교회 안에서 작은 형제들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물으시자 그 총장님이
주저하지 않고 ‘저희는 땜장이입니다.’고 답했다 해서
제가 수도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 말이 회자되었고,
그 말이 저의 영성을 훨씬 뛰어넘는 표현이지만 아직도 좋아합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주역 같아 보여도 영적으로 보면 사실 다 조역입니다.
왜냐면 주역은 하느님이시고 모든 인간은 다
하느님 주역의 조역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머리 신앙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마음의 신앙은
아직도 내가 주역이기를 바라는 저임을 주보성인의 축일에 반성하며,
지금은 비록 이렇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그리고 늙어갈수록 점점
제 주보성인을 더 닮아가게 되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오늘입니다.
수사님의 꾸밈없는 고백이
저를 미소짓게 했습니다. (이왕이면 세례명을 열두사도중에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