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오늘 주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라고 하시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아들로서 기도하는 기도의 모범을 알려주십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아들로서 아버지께 기도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아들로서 기도하라고 가르쳐주시는 겁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기도의 모범을 가르쳐주시기 전에
기도의 반대 모범으로 말씀하신 빈말을 많이 하는 기도란
아들과 아버지의 근본적인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채 괜히
마음에도 없는 말을 이말 저말 하는 것을 뜻하는 걸 겁니다.
마음에 없으면서도 다음에 한 번 만나자는 그런 말과 다르지 않고,
존경하지 않으면서도 존경한다고 괜히 추어주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것인데
어떤 경우 이렇게 빈말을 합니까?
우선 사랑하는 관계나 좋은 관계가 아니고 그래서 반갑지 않은 만남입니다.
만났지만 모르는 체 할 수는 없고 그래서 뭔가 말을 해야 하니까 하고
당장의 어색한 만남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어떤 말이라도 하는 겁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단 둘이 만나면 모르는 체 해버릴 수도 있는데 사람들 보는 눈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얘기 저 얘기 하지만 실은 다른 사람들 들으라고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와 하느님의 관계도 이런 만남이고 이런 대화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을 ‘하늘에 계신 어르신’이라고 하지 않고 “저희 아버지”라고
부르라 하신 것은 하느님이 하늘에 계신 어떤 객관적인 분일 수는 없고
내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의 분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름도 부르지 못하게 할 정도로 하느님을 초월적 객관자로 여기던
당시에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게 하신 것은 대단히 혁명적인
신관의 변화이고, 하느님은 하늘에나 계시라며 땅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고,
더욱이 나의 일에는 아무 간섭도 못하게 하는 우리에게도 근본적인 관계의
개선을 요구하시는 것이고 밀접한 관계여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그럴지라도 밀접한 관계라면 어머니라고 부를 수도 있는 것이고,
우리의 감정으로는 어머니가 아버지도 더 좋은 감정이고 밀접하기도 한데
왜 아버지라 부르게 하신 건가요? 가부장적이고 남성우월적인 차원인가요?
사실 제가 자주 시도하는 것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보다
‘하늘에 계신 저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때 저는 하느님을
어머니로 바꿔 부르고 ‘우리의’가 아니라 ‘나의’ 하느님으로 바꿔 부릅니다.
이는 하느님이 따듯한 분이요 나만의 하느님이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시지요.
그런데 제 생각에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주님께서 부르라고 하신 것은
영성 심리적인 차원인 거 같습니다.
영성 심리적학에서는 하느님 앞에 서게 되면 인간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모두 여성성을 띄게 되는데 이때의 여성성은 남자에 대한 여성으로서의
여성성이 아니라 수용성(receptivity) 차원에서의 여성성을 뜻하는 거지요.
여성은 요구적인 남성보다 훨씬 더 수용적이고 이해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 늘 요구적이고 청하기만 하던 인간이 회개하게 되면
마리아나 성인들처럼 자기 뜻보다 하느님의 뜻을 찾고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때 인간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여성성을 띄고 하느님은 남성성을 띕니다.
제 생각에 주님께서는 이런 차원에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셨고,
그래서 주님의 기도 전반부에는 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하게 빛나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고, 아버지 뜻이 이루어지게 되는 아버지 중심입니다.
그런 다음 내게 필요한 일용할 양식이나 용서나 구원을 청하라 하시는데
먼저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고 다음에 우리의 필요도 청하라는 뜻입니다.
이런 뜻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와 불러도
훌륭한 기도, 완벽한 기도라는 깨우침을 받는 오늘 우리입니다.
우리가 찾기만 하면 늘 거기 계시는 주님처럼 신부님~~!!
시원하게 물 한 바가지 벌컥 벌컥 마시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나도 허언증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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