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자 요한에 대한 칭호는 여러 가지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칭호가 역시 세례자라는 칭호이고,
지존하신 분의 예언자 또한 그에 대한 중요한 칭호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주님의 선구자라는 칭호에 주목을 하였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시겠지만 성인들의 축일을 지내게 되면 저는
제가 본받을 성인들의 성덕에 대해 성찰키도 하지만
성인들에 비추어 제가 반성해야 할 점에 대해 성찰키도 하는데
저를 제일 많이 반성케 하는 성인이 세례자 요한입니다.
그것은 주로 두 가지 때문인데
겸손하신 세례자 요한에 비해 제가 너무 교만하고,
자기에게 몰려오는 사람들을 주님께로 인도한 세례자 요한에 비해
저는 사람들을 주님께로 인도하기보다 저에게 오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또 다른 관점, 곧 선구자 요한의 관점에서 반성코자 합니다.
사전적 정의를 보면 선구자란 <어떤 일이나 사상에 있어
그 시대의 다른 사람보다 앞선 사람>이고 저의 정의로는
다른 사람이 생각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일을 앞서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뭐든지 남보다 앞서 한다고 다 선구자라하지 않습니다.
나쁜 일을 남보다 앞서 한다고 선구자라고 하지 않고
아무리 좋은 일이어도 남들이 따라하지 않으면 선구자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점에 있어서 제가 반성을 하는 것은
저에게 선구자적인 면이 얼마간 있는데 그것에 신앙적인 면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오늘 세례자 요한과 비교할 때 더더욱 그 점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분명 저희 형제들이 하지 않는 것을 앞서 했고,
그것들이 저희 형제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는 면에서 선구자적이긴 한데
그것은 제가 아이디어가 많고 나서서 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서,
달리 말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에 나서서하는 인간적인 차원입니다.
요즘 사제에 대해서 얘기할 때 강론을 잘하는 사제는 많은데
주님의 사제가 많지 않다거나 사제직을 주님의 사제직이 아니라
직업으로서 사제직을 수행하는 사제가 많다는 비판이 많이 들립니다.
옛날에 개신교 방송에 나오는 목사들을 볼 때 설교를 잘하는 목사들을 보면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설교꾼들이라는 느낌도 들었는데
부끄럽게도 오늘의 사제들이나 제가 바로 그런 느낌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선구자적이긴 한데 주님의 선구자는 아니며
그래서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선구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님의 선구자가 중요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앞선 자가 아니라 주님보다 앞선 자로서 선구자이고
주님보다 앞선 자라고 하는 것도 주님보다 훌륭하다는 뜻이 아니라
주님께서 가실 곳을 준비하기 위해 앞서 간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적인 선구자는
내가 나서서 앞선 자가 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뽑아 앞서 보낸 자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하실 일을 하는 자이며,
그럼으로써 주님의 일을 주님 친히 마침표 찍으시도록 준비하는 자입니다.
그러니까 루카복음 10장을 보면 주님께서 몸소 가실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일흔 두 제자를 파견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바로 그런 자 되어야 하고,
우리가 매일 아침 바치는 성무일도 즈카르야의 노래에서
아버지 즈카르야가 아들 요한에 대해 예언하는 그런 자이어야 하는 거지요.
그래서 오늘은 끝으로 즈카르야의 그 찬가를 노래하며
저나 여러분이 본받아야 할 선구자의 역할을 성찰해봅니다.
“아기야, 너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예언자라 불리고 주님을 앞서 가
그분의 길을 준비하리니 죄를 용서받아 구원됨을
주님의 백성에게 깨우쳐 주려는 것이다.”
(운명과 사명의 사람)
http://www.ofmkorea.org/127076
16년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위인과 성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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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가리지 말고 가리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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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치는 사람인가, 가르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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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운명인가, 사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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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력과 구심력의 사랑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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