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오늘 얘기는 의구심을 가지고 보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왜 회당장의 딸을 살려주셨을까?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많았을 텐데 왜 회당장의 딸만 되살리셨을까?
다른 부모들은 자녀가 죽고 난 뒤 이미 끝장이 났다고 생각하고
살려주십사 청하지 않은데 비해 회당장은 청했기 때문일까?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살리지 않으시는 기준이 무엇일까?
오늘 복음에도 나오고 다른 복음에서도 자주 본 것이 바로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가 그 기준일까요?
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기에 믿음이 있고 없음이 기준인 것은 분명합니다.
어제 제가 광주에 내려가 특강을 하면서도 얘기했지만
믿으면 문을 열어주고 하느님의 능력이 그 열린 문으로 들어가지만
믿지 않으면 문을 닫기에 하느님의 능력이 아무리 죽은 자를 살릴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해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그러나 믿음이 있다고 하느님께서 다 치유해주시고 살려주실까요?
하느님께서 살려주시고자 해도 믿지 않으면 살리실 수 없고,
믿으면 살리실 수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아무리 믿는다 해도 하느님께서 살리지 않으실 수도 있는 거지요.
사실 우리는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는 주님 말씀 때문에
내 기도가 가납되지 않았을 때 내 믿음이 없거나 부족해서
안 들어주신 걸까 하고 나를 자책한 적이 많지 않습니까?
들어주시고자 해도 우리의 믿음이 부족해서 주님께서 안 들어주신 걸까요?
아니면 우리의 믿음이 있는데도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이유로
주님께서 안 들어주시는 걸까요?
요즘 와서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줄어주실 필요가 없다고.
지지난 주 지방에 갔다 오는데 뒤 유리에 “아이 먼저”라는 팻말을 붙인 차를
여러 대 봤는데 사고났을 때 아이 먼저 구해달라는 얘기지요.
이것이 부모의 당연한 마음이지만 부모가 다 죽고 아이만 살면 그 아이가
불행한 삶을 일생 살지도 모르는데 그것이 아이에게
과연 좋은 것이고 꼭 좋은 것일까요?
이 얘기가 부모가 없으면 아이도 죽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느님께 가는 것이 더 행복이라는 우리의 믿음에서 볼 때
아이가 꼭 더 오래 살아야 하느냐는 의문인 것이고,
부모 없이 이 세상을 사는 것이 그 아이에게는 오히려 불행일 수도 있는데
차라리 죄 짓지 않고 하느님께 일찍 가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그러나 이것도 저의 그릇된 생각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살리기도 하시고 살리지 않기도 하시는 하느님의 기준을
저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저는 요즘 갈수록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믿는 것은
나를 살리시던 살리지 않으시던 그것이 내게 또는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것이기에 그리 하실 거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회당장의 딸은 살리시고
내 딸은 살리지 않으셔도 하느님의 사랑을 의심치 않을 수 있고,
내 딸은 죽었는데 회당장 딸이 산 것을 시기치 않을 뿐 아니라
회당장 딸이라도 산 것에 대해 같이 기뻐하고 축하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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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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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포기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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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바탕인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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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사랑의 기,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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