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여라.”
묘하게도 오늘은 성 베네딕도 축일인데 복음은 제자들을 파견하는 얘기,
곧 프란치스코가 이 복음을 통해 프란치스칸 생활양식을 택한 얘기입니다.
우리 교회를 대표하는 두 가지 영성이요, 우리 교회를 떠받치는
두 중요 영성을 한 자리에서 논할 수 있는 전례적인 coincidence우연입니다.
실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신앙생활에 있어서 마리아의 삶과 마르타의 삶이 있고,
그래서 관상수도회와 활동수도회가 있듯이
정주영성과 탁발영성이 우리 교회 안에 있습니다.
정주영성을 대표하는 것이 베네딕도회이며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베네딕도 성인 덕분에
우리 교회는 이 위대한 영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주영성이란 어떤 것입니까?
말을 그대로 보면 돌아다니지 않고 한 곳에 머무는 삶을 뜻하지만
단지 한 곳에 머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머무는 것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하지 않고 정해진 대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싶지만 그러지 않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지만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뭔가를 정할 때 결정권이 내게 있지 않고 하느님께 있다는 것이며
자기결정권을 포기하고 하느님 결정에 온전히 순종하고 따르겠다는 거지요.
그러니 이 얼마나 대단한 순종의 자세입니까?
그런데 이 대단한 영성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프란치스코와 탁발영성이 있어야 했습니까?
하느님의 결정에 온전히 순종하는 것이면 문제가 있을 수 없지요.
문제는 하느님 결정을 수도원 원장과 공동체가 대신하는 거였기에
이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이 빠질 경우 하느님께 대한 순종이 아니라
그저 수하 수도자가 원장에게 인간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되고,
원장과 수하 수도자 관계와 수도자 서로 간의 관계가 위계적이게 되며,
집단과 개인 사이에서 개인의 자유는 없고 전체주의가 될 수 있었지요.
그렇다면 탁발영성은 어떤 것이고 정주영성과 어떻게 차이가 납니까?
탁발영성은 정주하는 영성과 달리 복음 선포를 위해 오늘 복음 말씀대로
둘씩 짝을 이루어 순례자와 나그네처럼 세상을 다니는 삶을 사는 거지요.
흩어져 찾아오지 않는 양들을 주님께 모아들이기 위해서는 찾아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고 프란치스코는 생각을 하였고 그러기 위해서
개인에게 성령의 자유를 최대한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성령의 자유를 개인이 온전히 살도록 하느님과 개인 사이에
원장과 공동체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프란치스코의 생각이고,
그래서 법도 최소화하고 원장의 역할도 최소화하며 명칭도 원장이 아니라
수호자로 바꾸고 서로 간에도 위계적 관계가 형제적 관계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 위대한 탁발의 영성도 역시 하느님이 빠지면
개인의 자유는 성령의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 될 뿐이며
공동체는 최소한의 질서도 없는 인간적인 집단이 될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정주영성이든 탁발영성이든 하느님이 안 계시면
그 수도 공동체는 그저 인간적인 집단이 되지만
하느님께서 계시면 하느님 교회를 든든하게 받치면서
또한 교회를 활기 있게 하는 두 기둥이 됩니다.
아무튼 우리는 오늘 베네딕도 성인을 교회에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베네딕도 영성을 따르는 많은 이들이 이 영성을 충실히 살아가도 기도하고,
프란치스칸은 프란치스칸대로 오늘 복음 말씀처럼
복음 선포의 소명을 잘 살아가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
찬미드립니다 .♡
(다른 것말고 복음과 평화만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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