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오늘 십자가 현양축일에 우리가 읽은 두 번째 독서는
하느님 모습을 지니시고 하느님과 같으신 분이 하느님임을 고집치 않으시고,
당신을 낮추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으며 마침내는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셨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주님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신 것이
고작 십자가에 달려 죽기 위해 오셨다는 말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합니다.
진정 그런 것입니까?
일단은 그렇게 끝나셨고 그래서 그렇게 보입니다.
왕위에 오르지 않고 십자가에 오르셨고,
십자가에서 이 세상 삶을 마감하셨으니 영락없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그럴 수도 없으며, 그리 되면 안 됩니다.
그렇게 보이지만 보이는 것만 그렇고 부활체험과 성령체험을 한 사람에게는
그 이후의 것이 보이고, 그 이상의 것이 보입니다.
제자들이 그랬지요.
제자들이 처음에는 십자가에서 비참하게 이 세상 삶을 마감하는 것만
보였기에 주님 곁을 떠났었고 절망감과 죄책감으로 다락방에 숨어 있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그분의 죽음이 끝이 아니며,
죽음이 끝이 아니라 부활로 오르는 사다리였음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당시 가장 수치스러운 십자가위의 죽음을 오히려 자랑케 되었지요.
이 수치스러운 죽음이 그런데 이 세상에서 왕위에 올랐지만
결국엔 죽음으로 끝이 난 사람들을 이제는 수치스럽게 하고,
왕위에 오르려다가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내려감으로써 오르는,
이 세상에서는 내려감으로써 하늘로 오르는 그 길을 찾게 합니다.
제가 너무도 자주 얘기하는 그것,
인간의 산에서 내려와야 하느님의 산으로 오르는 그 길을
우리는 베드로 사도처럼 찾아야 하고 그리고는 기뻐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베드로와 다른 두 제자를 데리고 타볼산에 올랐을 때
베드로는 이 높은 곳이 너무 좋으니 거기에 계속 머물자고 하였지만
주님께서는 그 산에서 내려오시어 해골산에 오르시고,
끝내는 십자가 위에로 오르셨지요.
내려와야 할 산이 있고 올라야 할 산이 있다는 것이고,
내려와야 할 곳이 있고 올라야 할 곳이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그것이 뒤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것을 머리로 알기도 쉽지 않지만
머리로 알아도 살기는 더 쉽지 않습니다.
나중에 오르고 나중에 영광스러울지 모르지만
당장은 수치스러운 것이 견디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 놈의 당장!
늘 현재를 사는 인간은 당장 좋아야지 나중에 좋고
나중에 영광스러운 것은 당장의 악을 못견뎌합니다.
어떻게 하면 당장 싫고 당장 수치스러운데도
그 싫고 수치스러운 것을 껴안을 수 있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을까요?
미래가 현재인 사람이나 미래가 현재처럼 가까운 사람은 그럴 수 있지요.
그렇다면 다시 누가 미래가 현재이거나 현재처럼 가까이 살 수 있을까요?
영원을 사는 사람은 미래가 현재인 삶을 살 수 있는데
영원하신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겠지요?!
(모든 것을 선으로 만드는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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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되신 주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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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나 혼자만은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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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사랑을 현양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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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의미 없는 십자가는 현양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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