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위령의 날을 지내고 오늘 독서와 복음을 읽을 때까지 제 마음 안에서
떠올라 계속 맴도는 것이 저의 죄와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그것은 어제 아침 성무일도 첫 번째 시편이 그 유명한 <미세세레>
곧 '하느님 자비하시니'로 시작되는 다윗의 시편 51편이었기 때문이었고,
오늘 읽은 지혜서의 독서도 하느님 자비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그들의 죄를 보아 넘겨주십니다."
그리고 오늘의 복음도 그 유명한 자캐오의 얘기이고
죄인이었던 그가 어떻게 회개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얘기인데
이 얘기를 읽으면서는 자캐오가 예수님을 만났을 때의 나이가
얼마나 되었을까, 지금의 제 나이와 비슷할까 생각도 해봤고,
세관원이 아니라 세관장인 걸 보면 결코 젊지 않았을 텐데 일생 모은 것을
선뜻 다 내놓게 하고 회개케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도 생각해봤습니다.
젊었을 때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했고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죄를 지어도 죄가 보이기보다는 돈만 보였을 텐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제 죄가 보이기 시작하였고 그래서 회개하게 된 걸까요?
사실 젊었을 때는 앞날이 구만리여서 그저 사는 데 급급하지만
나이를 먹게 되면 앞날은 백 리도 안 되고 죽을 날이 가깝기에
늘 죽음을 앞에 두고 살게 되고 죽음 앞에서 죄를 보게 되지요.
그리고 이때 신앙인은 죽음 앞에서 하느님도 보게 되는데
여기서 우리 앞에 중요한 문제랄까 과제가 놓이게 됩니다.
곧 나의 죄를 볼 것인가, 하느님의 자비를 볼 것인가?
신앙인이라면 둘 다 봐야지 무슨 바보 같은 생각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하느님을 보지만 자비는 보지 못하고 죄만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지요.
사실 고백성사를 주다 보면 자비의 하느님을 체험치 못한 사람은
하느님이 히솝의 채로서 내 죄를 씻어주는 분이 아니라 심판하시는 분이시고
그래서 소심증 환자처럼 젊을 때의 죄를 성사 때마다 보고 또 보는 분이 있지요.
그런데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하느님이 자비의 하느님이시라고 얘기하고,
독서는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신 이유가 바로 하느님은
전능하신 창조주이시기 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우리가 흔히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고 하는 것처럼
하느님은 모든 것을 당신이 만드셨기 때문에 싫어하실 리 없다는 것이며,
뜻하시는 대로 만드실 수 있기에 더더욱 싫어하실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창세기를 보면 만드신 것을 보고 매번 좋아하셨다 하지 않습니까?
우리 인간처럼 자기 뜻대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자기가 만든 것에
불만이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도공이 기껏 만들고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도자기를 깨는 것처럼 자기가 만든 것을 싫어하고 파괴할 수 있지만
하느님은 당신 뜻대로 다 하실 수 있기에 그러실 리가 없고
당신 뜻대로 된 피조물을 좋아하시고 더 나아가 사랑하신다는 겁니다.
다만 인간만은 당신 뜻대로 만드셨지만 인간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주셨기에 하느님 뜻을 거슬러 죄를 지을 수도 있고 하느님을 사랑치 않고
떠날 수도 있는데 하느님은 자유로 떠난 인간이 자유로 돌아오길 바라시고
더러워진 인간을 씻어주게 되길 바라시고 기다리십니다.
이것이 참 사랑이고 이것이 인간과 하느님의 차이입니다.
더럽다고 남의 새끼는 차버리는 인간도 제 새끼는 씻어주듯
인간은 더럽다고 버리는데 하느님은 더럽기에 씻어주십니다.
그러니까 인간에게는 인간이 남이지만 하느님께는 남이 아니라
당신께 돌아와야 할 자녀이기에 주님께서는 오늘 스스로 집 나간 놈을
당신이 잃었다고 하시며 찾으러 오셨다고 그리고 되찾았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할 일은 죄를 내 앞에 받쳐 들고 돌아와 히솝의 채로
씻어 달라고 하는 것뿐임을 알고 오늘 그리 하면 되겠습니다.
(멀리 있지 않지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있지 않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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