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사람들 가운데 나타나신 주님께 대해 세례자 요한이 증언하는
내용이기에 중요한 것은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에 대한 얘기가 중심이지만
자신이 그분과 관계에서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얘기도 하고 있기에
오늘의 우리에게는 이 점을 보는 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가질까 하는 문제인데
자기 정체성을 올바로 갖고 확고하게 갖는 것이 다른 어떤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중요하고 그래서 정체성만 올바로 또 확고하게
갖고 있다면 다른 것은 구구절절 얘기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관점에서 프란치스코가 클라라와 자매들에게 준
생활양식을 이해하면 좋을 것입니다.
"천상 성부의 딸과 여종들이 되셨고, 거룩한 복음의 완전함을 따라 사는
것을 택함으로써 성령의 정배들이 되셨기에 나는...여러분에 대해서도
애정 어린 보살핌과 특별한 관심을 가질 것을 바라고 약속합니다."
생활양식이라면 이렇게나 저렇게 살라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프란치스코는 여기서 그런 얘기는 전혀 하지 않고 자매들이
성부의 딸과 여종이며 성령의 정배라는 점만 그저 얘기합니다.
정체성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면 정체성에 맞게 살면 되는 것이지
굳이 이렇게 또는 저렇게 살라고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왕족에 속하는 사람은 왕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
왕족의 품위를 지닐 것이고 스스로 왕족답게 살아가려고 애쓸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자매들이 하느님의 딸과 여종이라고 하며 아울러
성령의 정배라고 하는데 그리스도의 정배라고 하지 않는 점이 특별합니다.
그리스도의 정배인 것도 좋지만 성령으로 그리스도를 잉태한 마리아처럼
성령으로 그리스도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어머니가 되라는 뜻일 것입니다.
아무튼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성부와의 관계에서 정체성과
성자와의 관계에서 정체성을 다음의 한 마디로 얘기합니다.
“하늘로부터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파견된 사람일 따름이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우선 자신은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모든 것을 받은 사람,
곧 생명과 소명과 파견을 받은 사람임을 얘기함으로써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았으면 자기의 것이라고 아무것도 없는
자신의 가난을 겸손하게 인정하며 그러기에 무엇을 하건 자기 좋을 대로 하
지 않고 소명과 파견을 받은 대로 하는 것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도 스스로 오지 않고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시어
이 세상에 온 존재들이고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세례자 요한처럼 해야 하는데 종종 이것을 망각하고 마음대로 하려 들지요.
다음으로 성자와의 관계에서 요한은 자기를 그리스도가 아닐까 생각하는
자기 제자들과 사람들에게 한편으로는 그리스도가 아님을,
다른 한편으로는 그분의 선구자요 신랑의 친구임을 얘기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주님과의 관계에서 두 가지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두 가지 정체성이란 <부정의 정체성>과 <긍정의 정체성>인데
이 두 정체성을 다 가지는 것이 진정한 겸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오늘 세례자 요한처럼 진정 겸손하게
하느님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개망나니도 아니라는 정체성,
신부의 정배인 신랑은 못 되지만 신랑의 친구라는 정체성,
죄인이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정체성,
그리스도처럼 멋진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리스도를 돋보이게 하는
멋진 조연자의 정체성을 가져야 함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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