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도행전에서 가말리엘의 말을 읽고 묵상하다가
가야파와 가말리엘을 비교하며 가야파가 아니라 가말리엘이
대사제였다면 예수께서 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사제 가야파는 예수님 문제를 처리하면서
백성 전체를 위해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는 논리로
예수님을 죽여야 한다는 결정을 끌어낸 사람이 아닙니까?
가야파의 생각은 정치지도자라면 아주 합리적이고도 현명한 생각이지요.
그렇잖아요? 여러 사람이 죽는 것보다 한 사람이 죽은 것이 좋고,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민족을 위해 한 사람이 희생되는 것이 좋지요.
그러나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생각할 때 그리고
그가 대사제라는 것을 생각할 때 그는 크게 잘못한 것이지요.
정치가라면 모를까 대사제라는 사람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까 생각지 않고
인간적으로 그것도 정치적으로 생각하였으니 이 얼마나 큰 잘못입니까?
이런 가야파와 비교할 때 가말리엘은 우리 신앙인의 모범이고,
특히 영적 식별의 본보기를 잘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가야파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신앙인이냐 아니냐는
사실 영적 식별을 하고 사느냐 않느냐에 있습니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것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것이 하느님께로 가고 있는 건지 세상을 헤매고
있는 건지 식별치 않고 가고 있다면 무슨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하느님의 뜻인지 아닌지 생각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면 어찌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저의 경우 다행스러운 것은 작은 일은 생각 없이 그러니까 무의식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만 큰일을 앞두고는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는데
이때 하느님 뜻을 식별하면서 오늘 사도행전의 가말리엘을 본보기 삼습니다.
장상이 소임을 주거나 형제들이 선출한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저는 무조건 그 소임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믿습니다.
문제는 내가 하려고 하는 일들인데 내가 하려고 하는 일도
안 좋은 일 또는 악한 일일 경우에도 문제가 안 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일이 생각났을 때 그것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인지,
알량한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이때가 문제이고 식별이 필요한 때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시작한 많은 일들, 지금 하고 있는 선교 협동조합이나
과거의 순회 공동체나 북한 선교나 포르치운쿨라 축제와 행진 같은 것인데
이런 것들이 머리에 떠올랐을 때 저는 한동안 괴롭습니다.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이어서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인지
하느님께서 제 안의 성령을 통해 제 머리에 떠오르게 하신 것인지
바로 식별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 이 경우 저는 웬만큼 고민하고는
'주님 당신 뜻에 맡깁니다.' 하고는 일을 저질러 버립니다.
나쁜 일 또는 악한 일이 아니기에 일단 저지르지만
그 일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형제들을 통해 그 일이 지속되겠지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아니라면 얼마 안 가서 망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사도행전에서 "저들의 그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한 가말리엘에게 배운 것이고,
저의 확고한 믿음입니다.
요즘도 저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 선교의 집>에 작업장을 만들고 이주민들과 우리 조합원들이
함께 일도 하고, 기도도 하고, 밥도 먹는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함께> 하는 것인데
지난주 독서에서 읽었듯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빵을 나누는 삶을 살았던
초대 교회 공동체를 재현하려는 것이고 그래서 저는 매일 출근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고 해나가면서 식별을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이면 <일거리>와 <먹거리>가 생길 것이고
그렇지 않고 시들시들하면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고 판단할 것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소용없다 않으시고 소중하다 하시는 주님)
http://www.ofmkorea.org/120579
17년 부활 제2주간 금요일
(사랑이기만 하면)
http://www.ofmkorea.org/102562
16년 부활 제2주간 금요일
(나도 하느님을 대적하는 것은 아닐까?)
http://www.ofmkorea.org/88452
15년 부활 제2주간 금요일
(하느님 뜻이라면 잘 될거야!)
http://www.ofmkorea.org/77141
13년 부활 제2주간 금요일
(시험하시는 주님)
http://www.ofmkorea.org/52747
12년 부활 제2주간 금요일
(하느님의 뜻에 대한 식별)
http://www.ofmkorea.org/5758
11년 부활 제2주간 금요일
(개입도 사랑, 불개입도 사랑)
http://www.ofmkorea.org/5061
10년 부활 제2주간 금요일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http://www.ofmkorea.org/3913
09년 부활 제2주간 금요일
(먹는 것이 성사화)
http://www.ofmkorea.org/2435
08년 부활 제2주간 금요일
(빵의 나눔은 주님을 알아보는 표)
http://www.ofmkorea.org/1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