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들이는 것이고,
나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맞아들이는 것이다."
오늘 주님께서는 맞아들임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이 말이 코로나 전염병의 홍역을 치룬 뒤여서인지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어제는 수녀원 미사 후 아침을 먹으면서 본당사목을 하는 수녀님께
요즘 미사에 오시는 분들이 코로나 사태 전과 같은지, 아니면 줄었는지
물었더니 아직은 전보다 많이 나오시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아무튼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도 하고 반성도 하게 되는데
저는 길을 가면서 만나는 사람이 잠재적인 전파자로 여겨지면서
가능한 한 마주치는 것을 피하게 되었는데
이런 저 자신을 보는 것이 한편 부끄러우면서 다른 한편 슬펐습니다.
사람을 기꺼이 맞아들이지 않고 꺼려하다니 말입니다.
물론 제가 꺼려한 이유가 제가 병을 옮을까 봐 그런 것보다
제가 전국을 돌아다니니 슈퍼 전파자가 될까 봐, 특히
봉쇄 수녀원도 방문해야 하니 그분들께 전파할까 봐 그런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사람이 사람을 꺼려하는 것처럼 불행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므로 누구를 맞아들인다는 것은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람으로 맞아들이는 사랑입니다.
더욱이 전염병 시기에 온전히 사람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전파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사람을 받아들일 때 그저 인간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어떤 사람은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돈많은 사람이면 받아들이고 돈없는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는데,
이 때 우리가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돈 있는 사람이지요.
그러니 조건을 따지 않고 인간을 받아들이는 것은
대단한 인간 존중이고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늘 주님께서는 더 높은 차원에서 맞아들임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당신이 보낸 사람을 맞아들임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당신이 보낸 사람을 맞아들이는 것은 당신을 맞아들이는 거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어찌 보면 하나 마나 한 말씀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뜻이 아니라면 당신이 보내셨다는 것을 몰랐음에도
당신이 보낸 사람을 맞아들이면 주님을 맞아들인 거라는 말씀일 것입니다.
수도회들 전통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을 주님 모시듯이 하라고 하는데
하느님인 줄 모르고 아브라함이 손님을 극진히 맞이한 것이
하느님을 모신 것이 되고 그래서 복을 받게 된 일에서 비롯된 가르침이지요.
그래서 우리 신앙인들은 그가 비록 강도일지라도 주님으로 맞아들입니다.
마태오복음 25장 최후 심판의 비유에서도 주님께서는 우리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일 뿐 아니라 당신과도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을
따듯하게 맞아들일 때 당신을 따뜻하게 맞아들인 것이라고 하셨던 거지요.
<성 프란치스코의 잔 꽃송이>에 보면 강도 셋이 수도원에 애긍을 청하러
왔는데 수도원장이 냉정하게 내쫓은 것을 프란치스코가 알고 쫓아가
오히려 용서 청하고 자신이 애긍해온 것을 갖다 주라고 하였더니
그 강도들이 회개하고 작은 형제들이 된 얘기가 있지요.
제가 수련장으로 있을 때 저희 수도원에 도둑이 들어왔고 형제들에게 잡힌
적이 있는데 고향에 갈 차비가 없어서 훔친 거라고 하는 말을 듣고
형제들은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하였지만 저는 그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훔쳐갈 것이 있는 저희 수도원의 부요함을 부끄러워하며 그리고
<잔 꽃송이>의 이 얘기를 생각하며 오히려 차비를 줘서 보냈습니다.
그가 수도원에 들어오기를 바라지도 않았고 그가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신앙인의 눈과 영성의 눈이 아니면 이것은 바보 같은 짓일 뿐이지만
저는 성인의 흉내라도 내고 싶었던 것이고
오늘 주님 말씀을 이렇게라도 실천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나하고 같이 사는 짝꿍은 말할 것도 없고 오늘 만나는 사람들을 주님께서
내게 보낸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맞아들이는 하루가 되길 바라고 기도합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보는 눈과 못보는 눈)
http://www.ofmkorea.org/217597
18년 부활 제4주간 목요일
(우리는 모두 섬김의 선교사들)
http://www.ofmkorea.org/121133
17년 부활 제4주간 목요일
(내려와 고이는 은총)
http://www.ofmkorea.org/103558
16년 부활 제4주간 목요일
(하느님께 자비의 기회를 드리자.)
http://www.ofmkorea.org/88798
15년 부활 제4주간 목요일
(사랑이 차오르게 하는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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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부활 제4주간 목요일
(내 형제, 하느님께서 보내신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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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 부활 제4주간 목요일
(행복하려면)
http://www.ofmkorea.org/2491
08년 부활 제4주간 목요일
(하느님의 Initiative)
http://www.ofmkorea.org/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