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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도 비가 왔겠지만 어제 광주는 비가 왔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잠을 자다 비 오는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비가 눈보다 좋은 것이 있다면 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나뭇잎이면 나뭇잎,
시멘트 바닥이면 시멘트 바닥,
그 어디에 닿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듣는다면
그 소리는 즉시 내 마음을 두드리는 소리가 됩니다.
내 듣지 않는다면 땅을 적시든 흘러가 버리든 하고 말았을 것이
잠에서 깨우듯 내 마음을 두들겨 깨우고
창밖으로 불러내듯 나를 나에게서 불러내어
널려진 존재에게로 인도하고
그리고 널려진 존재로 계신 하느님께로 인도합니다.

그 빗소리 하나 때문에 하느님과 만나고 이웃을 만납니다.
내 잠에 묻혀버린 하느님의 부르시는 소리.
내 생각에 묻혀버린 이웃들의 외치는 소리.
오늘의 화해는 이 소리와 화해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목소리를 오늘 듣게 되거든
나의 마음 무디게 가지지 않는 것입니다.

요즘 올림픽이 한창인데
어찌 보면 우리도 그들처럼 결승선만을 보며 무한질주 했습니다.
어떤 소리도 듣지 않고 그저 나의 길을 달렸습니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내 길을 간다고 하며 갔습니다.
오늘 에제키엘서에서는 하느님과 화해하고
오늘 복음에서는 이웃과 화해하라고 하지만
오늘 우리의 화해는 이 소리와 화해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불러도 듣지 않고 나의 길, 죽음의 길을 갔는데
가던 길 멈추고 돌아서서 주님께로 가는 것입니다.
에제키엘서에서 하느님은 당신의 진심을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은 악인의 죽음이 아니라
“자기가 걸어온 길을 버리고 돌아서서 사는 것이 아니겠느냐?”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살인을 하지 않음은 물론
누구보고 바보 멍청이라고도 하지 말라 하시고,
누구에게 원한 산 일이 있었다면
제단의 예물을 바치지 전에 먼저 화해하라고 하시지만
오늘 우리의 화해는 화해할 일조차 없을 정도로
이웃과 무관하게 살아온 삶을 돌이켜 이웃을 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보, 멍청이라고도 해보고
바보, 멍청이라는 나의 소리가 이제는 메아리 되어
나에게 되돌아오는 소리도 듣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 바보, 멍청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정겹습니다.
그래서 바보, 멍청이라고 한 것이
바보, 멍청이인 나임을 서로 일깨우는 것이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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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승온 2010.02.26 05:20:43
    오늘 신부님의 강론을 읽으니 저의 개인주의성향이 많이 찔립니다.
    이웃의 소리와 하나님의 소리에 민감한 자가 되어야 함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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