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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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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을 돌아보면 부끄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그것이 대부분 교만했던 저의 행위에 대한 거지만

그중에서 저의 강의와 강론에 대한 부끄러움도 많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고 오늘 서간의 말씀에 비추어 보면

저는 너무 자신만만하게 강론이나 강의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모든 강론이나 강의를 미리 많이 준비하고 하지만

옛날에는 미리 준비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수녀원 연피정을 동반하면서 그 8일 피정을

아무 준비 없이 가서 그날그날 떠오르는 주제를

아무 원고 없이 강의하곤 했는데 그런데도 막힘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가 그렇게 한 것은 오늘 서간의 말씀과

프란치스코의 모범을 따르고자 함이었습니다.

오늘 서간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얘기하지요.

 

"나의 말과 나의 복음 선포는 지혜롭고 설득력 있는 언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성령의 힘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도 같은 맥락으로 설교를 하곤 하였지요.

그러니까 성령에 이끌리는 설교를 하기 위해 그는 미리 준비하지 않고

설교하곤 했는데 한 번은 설교를 잘해야겠다고 마음에 준비를 많이 했건만

막상 설교를 시작하니 말문이 막혀 한 마디도 못하고 내려온 적이 있지요.

 

우리는 운동을 하거나 무엇을 할 때 힘을 빼라고 하지요.

힘을 빼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헛발질하거나 망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힘을 뺀다는 것을 신앙적으로 바꿔 이해하면

자기 힘을 빼는 것이고 그것은 성령에 힘입기 위해서입니다.

 

아무튼, 제가 그렇게 강의한 표면적인 이유는 성령에 이끌리는 강의를 하기

위함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적인 교만함과 자신만만함이

교묘하게 숨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이사야서의 다음 구절을 뽑아 읽으시지요.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주님의 영이 당신 위에 내리셔서

그 성령의 힘으로 기쁜 소식을 전하신다는 말씀이지요.

 

그런데 성령께서 제 위에 내리셨다면 저도 주님처럼 그리고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나 프란치스코처럼 강의했겠지요.

그러나 저는 앞서 애기했듯이 제 힘이 들어갔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가면서 교만도 깨지고 힘도 점점 빠지니까

옛날의 그 자신감도 없어지고 실제로 옛날처럼 강의할 수 없게 되었지요.

제 힘은 빠졌지만 아직 성령으로 충만함에 이르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 힘을 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령을 힘입는 것이 더 중요하고,

내 힘을 빼는 이유도 성령을 힘입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내 힘도 빠지고 성령을 힘입지도 못하면 사실 저는 죽도 밥도 아니지요.

 

그런데 성령에 이끌려야 함은 말할 때뿐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때도 성령에 이끌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늘 주님의 고향 사람들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인간적으로만 해석케 됩니다.

 

사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혀가 성령에 이끌리는 것보다

귀가 성령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을 묵상하는 오늘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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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8.31 05:36:48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8.31 05:35:59
    19년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정당함으로 당당한)
    http://www.ofmkorea.org/259656

    18년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하느님 앞에 있는 자의 이중성)
    http://www.ofmkorea.org/143362

    17년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선입견이 열린 하늘을 막지 않도록)
    http://www.ofmkorea.org/110899

    15년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신적인 근원성)
    http://www.ofmkorea.org/81965

    14년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귓전을 스치는 말씀이 아니게)
    http://www.ofmkorea.org/65069

    13년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기대만큼 분노가)
    http://www.ofmkorea.org/55896

    12년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나?)
    http://www.ofmkorea.org/37581

    10년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하느님을 보는 눈)
    http://www.ofmkorea.org/4322

    09년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은총의 담지자가 되기 위해서는?)
    http://www.ofmkorea.org/3032

    08년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말할 입도, 들을 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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