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제자들이 밀이삭을 뜯어 먹자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왜 하느냐고 따져 묻습니다.
그런데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것이 무슨 뜻입니까?
안식일에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는데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어떤 일이건 해서는 안 되는데 일을 했다는 뜻일까요?
바리사이의 뜻은 안식일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율법에 있는데 왜 일을 하여 율법을 어겼냐는 뜻일 겁니다.
그러니까 문제의 본질은 일한 것이 아니라 율법을 어긴 것이지요.
이에 대해 주님께서는 법의 규정이 아니라 법의 정신이 중요하고,
그러므로 안식일을 규정대로 그저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안식일이 왜 있는지 그것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안식일에 일하지 않는 것이 그 자체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그 자체로 중요하다면 일하지 않고 놀면 되고,
더 나아가 일만 하지 않는다면 갖가지 쾌락을 즐겨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안식일의 목적이랄까 정신은 인간을 위한 것입니다.
아무리 안식일이 주님의 날이라고 해도 사람으로 하여금
안식일에 쉬도록 하신 것은 하느님 당신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것입니다.
하느님이 안식일에 인간의 예배를 받지 못하면 안달이 나서
아무렴 안식일 법을 제정하게 하셨겠습니까?
그러므로 안식일 법을 제정하시고 안식일에 쉬게 하신 것은
당신이 예배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 시국에 일부 개신교들이 주일 예배가 자신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거라고 한 것은 참으로 맞는 말이고 우리 가톨릭 신자들이
이런 면에서는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입니다.
다만 자신들에게 생명과 같은 예배가 다른 사람들에게
죽음이 되는 반 생명적이고 반 사랑적인 예배이기 때문에 문제이고,
내 생명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도 소중한
그 보편적인 사랑이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요.
아무튼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내는 것은 인간 자신을 위한 것이고,
그래서 안식일의 주인은 사람이며, 그러므로 마르코 복음의 말씀처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긴 거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생긴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오늘 복음에서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말씀에서
사람의 아들은 예수님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포함하여
모든 인간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인간 위에 어떤 것도 없어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망가뜨리고 불행케하는 것은 그 무엇도 없어야 합니다.
만일 하느님일지라도 우리를 비참하게 하고 불행하게 하는 분이라면
그런 분을 우리가 섬기고, 그분 계명과 율법에 순종할 필요가 없습니다.
며칠 전 복음에서 봤듯이 더러운 마귀의 영은 하느님을 그런 분으로 믿기에
상관치 말고 떠나가 달라고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이 그런 분이 결코 아니고
구원자라고 믿기에 그분을 섬기고 그분 계명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모든 계명과 안식일 계명은 우리가 소처럼 일하지 않고,
하느님이 쉬신 것처럼 쉬고, 하느님 안에서 쉼으로써 인간품위를 지니고
하느님처럼 창조적인 일을 하도록 주신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겠습니다.
이런 묵상을 하다보니 문득 제가 사랑하는 옛날 Pop Song, "You needed
me"의 다음 가사가 이 새벽부터 떠올라 흥얼거리게 됩니다.
"And held me up and gave me dignity, Somehow you needed me.
You gave me strength to stand alone again to face the world out
on my own again. You put me high upon a pedestal so high that
I can almost see eternity. you needed me, you needed me."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주님이 주인이시다,)
http://www.ofmkorea.org/261395
15년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날들의 주인이 아니라 우리의 주인이신 주님)
http://www.ofmkorea.org/82192
14년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상을 차려주시는 주님)
http://www.ofmkorea.org/65176
13년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사랑하기에 참으로 자유롭다)
http://www.ofmkorea.org/56008
10년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사랑의 자유)
http://www.ofmkorea.org/4340
09년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사랑과 원융 무애)
http://www.ofmkorea.org/3056
08년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이미 배가 불렀습니까?)
http://www.ofmkorea.org/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