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3일 연중 24주일
오늘 독서와 복음의 핵심 주제는 용서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것 두가지를 말한다면 죄를 짓지 않는 것과 내게 상처준 사람을 용서하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가 용서하지 못할 때 마음에는 화 · 분노 · 쓰라림 · 적개심 · 복수심 · 모멸감 · 우울함 · 무가치 등 온갖 부정적 감정이 쌓입니다. 이러한 감정이 가득차게 되면 무엇보다 우리 몸이 견디지 못하게 됩니다.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심장이 아프고, 소화가 안 되고 잠을 이룰 수 없고 안절부절 못하게 됩니다. 가슴에 가득 차 있는 화, 치를 떨게 만드는 분노는 우리 몸과 영혼을 망가뜨리는 독소입니다. 이러한 독소가 스며들 때 내적 자유도 평화도 은총의 삶을 느끼지 못합니다.
용서를 위해 용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첫째, 용서는 의지적으로 결심함으로써 가능한 것, 둘째, 용서란 상처에서 비롯한 울화와 분노의 악순환에서 해방되는 것,
셋째, 용서란 내면의 평화와 자유와 힘을 되찾는 것,
넷째, 용서란 상처 준 사람이 더 이상 내마음을 차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다섯째, 용서란 나의 책임 아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여섯째, 용서란 상처를 치유하는 데 목적이 있을 뿐 상처를 준 상대방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
일곱 번째, 용서는 있었던 일을 잊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일로 상처 받는 일이 없도록 기억하는 것,
마지막으로, 용서와 화해는 다르고, 우리는 용서하는 동시에 우리에게 상처 준 사람과 화해하거나 상대방과 헤어져 나만의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으며 선택은 나에게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용서 신학’을 전개한 신학자 스미즈는 이렇게 말합니다. ‘용서하는 것은 60킬로그램짜리 배낭을 지고 12킬로미터 정도 산을 오른 후 배낭을 내려놓는 것이다. 용서하는 것은 죄수를 풀어주고 나서 그 죄수가 바로 자신이었음을 알게되는 것이다’
남을 용서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도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루까 6,37). 남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면 주님도 여러분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입니다(마태 6,14; 참조: 마르 11,25)
성 프란치스코의 말을 상기하고자 합니다.
“분노와 흥분은 본인과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 애덕의 장애물이 되므로, 누구의 죄 때문에 화내거나 흥분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우리가 완전히 용서하지 못하는 것을, 주여, 완전히 용서하게 해 주시어, 우리가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는 일 없이 주님 때문에 원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원수를 위하여 당신께 열심히 기도하며 당신 안에서 모든 이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게 해 주소서.”
고인현 도미니코 o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