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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씀드린 대로 지난 한 주간 모 수도회 연 피정을 지도했는데

이번 강의 중 하나가 공동생활에 대한 것이었지요.

덕분에 안 읽던 책을 좀 읽었고 공동 생활에 대한 성찰도 하였습니다.

 

이 성찰의 내용 중의 하나는 요즘 많은 사람이 이웃 사랑을 하더라도

공동체 전체와 친교를 나누지 않고 일부와만 친교를 나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모두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몇몇과만 사귀는 겁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독서의 가이오스는 훌륭하고

그래서 서간의 저자도 이런 가이오스를 칭찬하며

계속 진리의 협력자가 되자고 합니다.

 

"사랑하는 가이오스, 그대는 형제들을 위하여, 특히 낯선 이들을 위하여

무슨 일을 하든 다 성실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러한 이들을 돌보아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진리의 협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가이오스는 이웃 사랑을 하되 아무도 배제치 않고 모두를

그러니까 떠돌이까지 돕는 일을 성실히 수행하였는데

제 생각에 몇몇 사람과 더 친할 수 있습니다.

나와 취향이 맞고 이상과 추구하는 바가 같은 사람과

더 친밀하거나 자주 친교를 나눌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몇몇 사람과만 친교를 나누고,

다른 사람은 자기의 친교에서 배제하는 것과는 다른 거지요.

 

나의 친교에서 누구를 배제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만 친교를 나눈다면

그런 사랑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요?

 

모름지기 좋아서 사랑한 사람은 얼마 안 가 싫증이 나

그에 대한 사랑이 미움으로 바뀔 것이고, 그러기 전에

싫고 좋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자기중심이기에 사랑이라고 할 수 없지요.

 

그러므로 우리의 사랑이 진실하고 그래서 오늘 서간 끝 부분에서 얘기하듯

우리가 진리의 협력자가 되려면 우리 사랑에서 누구도 배제해선 안 되지요.

 

그런데 일반적인 사랑의 차원에서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되지만

신앙적인 차원에서 곧 하느님께로 가는 데 있어서 이래서는 더욱 안 됩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우리는 하느님께 가는 데 있어서

공동체가 한 배를 탄듯이 가야지 공동체 구성원의

누구는 빼놓고 누구와만 간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못 됩니다.

 

그러니까 편한 사람과 여행 떠나듯이

천국 여행도 그렇게 떠나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친일파일지라도 우리 국민에서 배제해서는 안 되고,

빨갱이일지라도 우리 국민에서 배제해서는 안 되지만

설사 친일파와 빨갱이를 우리 국민에서 배제할지라도

천국 여행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가이오스가 떠돌이도 배제하지 않고 모두에게 사랑을 실천하였듯이

우리도 나의 사랑을 거부하지 않는 한 모두를 사랑하고

우리 땅에 와 있는 모든 이주민들도 사랑해야겠지만

혹 누가 우리의 사랑을 무시하거나 우리의 사랑에 어깃장을 놓아

그에게 사랑을 실천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우리의 기도에서 배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받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지만

이것을 깨닫게 된 이번 피정이었기에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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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11.14 06:10:50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11.14 06:10:14
    19년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강요성 기도?)
    http://www.ofmkorea.org/287675

    18년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우리의 청원과 하느님 응답의 시간차)
    http://www.ofmkorea.org/165902

    17년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하느님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은 다르다)
    http://www.ofmkorea.org/114273

    16년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의심이 낙심이 되는 우리의 믿음)
    http://www.ofmkorea.org/95238

    15년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지상의 옷을 벗고 천상의 옷으로)
    http://www.ofmkorea.org/84276

    14년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나는 떼쟁이?)
    http://www.ofmkorea.org/72065

    13년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낙심치 말아야 기도할 수 있다.)
    http://www.ofmkorea.org/57751

    12년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끝까지 하느님께!)
    http://www.ofmkorea.org/44000

    11년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진정 지성이면 감천인가?)
    http://www.ofmkorea.org/5370

    10년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낙심하지 마라)
    http://www.ofmkorea.org/4571

    09년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落心.)
    http://www.ofmkorea.org/3306

    08년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갈망을 간절하게)
    http://www.ofmkorea.org/1862
  • 홈페이지 김레오나르도김찬선 2020.11.14 02:30:12
    피정 한 주간 옛날 강론을 올렸는데 오늘 1주일만에 따끈따끈한 말씀 나누기를 하니 마음이 안정되고, 온전히 제 일상으로 들어온 느낌입니다. 여러분과 말씀 나눔이 완전한 저의 일상이 되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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