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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일 우리가 들은 마태오 복음의 달란트 비유와

오늘 들은 루카 복음의 미나 비유는 같은 내용이라고 흔히 얘기됩니다.

받은 돈을 어떻게 활용하여 얼마나 벌었는지 종말에 셈하여

성실히 벌은 자는 상 받고 그렇지 않은 자는 벌 받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같은 것 같으면서 사뭇 다른 것이 두 비유입니다.

달란트의 비유는 각기 다르게 달란트를 주는 데 비해

오늘 미나의 경우는 열 사람에게 똑같이 한 미나를 줍니다.

 

이럴 경우 달란트와 미나가 각기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해야 합니다.

달란트나 미나가 화폐 단위인데 능력에 따라 달리 준다는 달란트 비유는

그대로 돈이라고 이해해도 우리의 현실 적용에 있어서 별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각기 다른 부를 허용하시지요.

그런데 미나의 경우는 똑같이 한 미나씩을 주시는데

우리의 현실에서 하느님께서는 정말 똑같이 부를 허용하십니까?

 

그러므로 미나를 돈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은총을 주시는데

은총 곧 거저 주시는 것이 돈일 수도 있고,

능력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돈이나 능력은 하느님께서 각기 다르게 주십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능력을, 어떤 사람에게는 저런 능력을 주시며,

같은 능력을 주실지라도, 예를 들어 같은 음악적 재능을 주실지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더 많이, 어떤 사람에게 좀 적게 주시지요.

 

그런데 이런 것들은 다르게 주셔도 우리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돈이나 능력을 다르게 주신다 해도

그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의 차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큰 문제이고 그래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랑은 같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복음의 미나는 똑같이 주시는 하느님 사랑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미나를 사랑이라고 바꿔 이해해도 괜찮다면

비유가 뜻하는 것은 그러면 무엇입니까?

 

첫째로 하느님 사랑을 우리는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달란트의 비유에서는 종들이 주인을 미워하지 않고 그래서

주인을 미워한 것 때문에는 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 미나의 비유에서는 사람들이 귀족을 미워하여

귀족이 왕이 되어오는 걸 반대하여 임금의 원수가 되고 처벌도 받게 되는데

우리는 이런 종들처럼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미워하여 원수가 되고,

하느님 사랑을 거부하는 사람은 적어도 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둘째로 미나의 비유에는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의 사랑을 더하고,

더 나아가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의 사랑을 곱하라는 뜻이 있습니다.

 

하느님 사랑과 우리 사랑의 관계에서 두 가지 잘못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하느님 사랑이 필요 없이 나의 사랑으로 사랑하려는 잘못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 사랑에 아무런 응답도 보탬도 하지 않는 잘못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랑을 하되 내 사랑으로만 사랑하려들지 말고

미나 곧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랑을 받아서 사랑해야 할 것이며

이렇게 사랑을 할 때 우리의 사랑이 배가되어

열 고을도 다스리고, 다섯 고을을 다스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상으로 고을을 다스리게 된다는 것도 달란트 비유에는 없는,

그러니까 달란크 비유와 다른 점인데 사랑만큼

하느님 백성을 하느님 대신 다스린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하느님 대신 하느님 백성을 섬길 사람은 이렇듯 하느님 사랑을

받아 자기의 사랑을 배가하는 사람이어야 함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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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11.18 05:46:26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11.18 05:45:31
    19년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지켜야 할 자존감)
    http://www.ofmkorea.org/289628

    17년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진정한 용기에 대하여)
    http://www.ofmkorea.org/114368

    16년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사랑하지 않는 실패)
    http://www.ofmkorea.org/95637

    15년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우리가 빠지기 쉬운 두 가지 절망)
    http://www.ofmkorea.org/84416

    14년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생각은 최초의 행위)
    http://www.ofmkorea.org/72159

    11년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능력은 다르게 사랑은 똑같이)
    http://www.ofmkorea.org/5380

    10년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생각대로)
    http://www.ofmkorea.org/4580

    09년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그렇다면 하느님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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