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민수기를 읽으면서 저뿐 아니라 여러분도 이런 생각이 들고,
더 나아가 이런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것입니다.
'이건 너무 하지 않은가?!‘
오늘 민수기는 나병 환자는 피부에 병이 든 사람인데 머리에 병이 든
사람으로 간주하고 사제에 의해 부정한 사람으로 선언이 되어야 하며,
부정한 사람이기에 진영 밖에 쫓겨나 혼자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지금 코로나 시국에 우리도 거리 두기를 하니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만한데 문제는 다음입니다.
민수기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악성 피부병에 걸린 병자는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푼다.
그리고 콧수염을 가리고 ‘부정한 사람이오.’, ‘부정한 사람이오.’하고 외친다."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며 콧수염을 가리는 겉모습으로 인해 사람들이
나병 환자임을 다 알아보게 하여 밖을 나다닐 수 없게 하니 그것만도
비참한데 자기 입으로 부정한 사람이라고 외치고 다니게 하니 이것은
한 인간을, 비참함을 넘어 처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까?
제가 여기서 '한 인간'이라고 하였는데,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실은
인간 취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병자 취급을 하는 것입니다.
실로 지금 코로나를 앓은 사람들이 겪는 고통도 병으로 인한 고통보다
병을 앓은 사람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의 고통이 더 크다고 하지요.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바이러스로 보거나 기피 인물로 보는 것 말입니다.
저는 이것을 사람 서리에서 밀려나는 거라고 표현해왔습니다.
'서리'란 순우리말로서 '무엇이 많이 모인 무더기의 가운데'란 뜻이 있지요.
그러니까 사람 서리에서 밀려났다는 것은 그저 물리적으로 사람 가운데서
떨어져 같이 살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문제는 다른 사람의 취급보다
자기가 자기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 다시 말해서 자기 존엄성의 상실입니다.
예수님 당시까지 나병 환자는 이렇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오늘 예수님께 다가옵니다.
오늘 복음에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었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지만
만약 사람들이 있는데도 예수님께 다가왔다면 나병 환자는 그런 용기를 낸
대단한 사람이고 주님은 그런 용기를 내게 하신 더 대단한 분이십니다.
그런데 나병 환자가 용기를 내게 한 것은 일차적으로 주님의 능력일 겁니다.
주님의 초대에 용기를 내어 물 위를 걸은 베드로 사도처럼
오늘 나병 환자도 주님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확고합니다.
"스승님께서는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 사도와 달리 나병 환자로 하여금 용기를 더 내게 한 것은
주님의 능력에 대한 믿음보다 주님의 선의 곧 사랑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래서 하실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 앞에 "하고자 하시면"을 덧붙이고
주님도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라고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님께 다가가고자 한다면 나병 환자처럼
주님의 선의와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또 누가 우리에게 다가오게 하려면 주님처럼
'저 사람이라면 나를 받아줄 거야!'라고 하는
우리의 선의에 대한 믿음을 그로 하여금 가질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주님만큼 능력은 없어도 선의와 사랑은 조금이라도 주님을
닮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저 자신을 많이 반성케 되는 오늘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생명 네비게이션)
http://www.ofmkorea.org/318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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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우리의 한 가지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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