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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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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당신을 생명의 빵이라고 하시며

그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리라고 하신 주님께서

오늘은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주님이 생명의 빵이시니 그 빵을 먹지 않으면 생명을 얻지 못함은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지만 지당한 말씀이라고 치부만 하고 지나치면

안 되기에 오늘은 이 말씀을 곱씹어보려고 합니다.

 

주님의 생명은 우리 인간의 생명과 달리 지음이나 낳음을 받지 않고

오히려 그 생명으로부터 모든 생명이 나오고 시작되는,

그래서 우리의 생명도 있게 하신 근원적인 생명입니다.

 

그런데 이 생명이 있기 전에 우리 생명이 있지 않았고,

이 생명으로 말미암아 우리 생명이 있게 되었기에

나의 생명을 주십사고 요청할 나도 없었고

그래서 나의 동의 없이 나를 있게 하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감사를 드립니까?

이에 대해 감사를 드려야 하나요?

 

제가 음악 방송을 듣다 보면 방송을 통해 사랑과 감사를 전하는

청취자들의 편지를 듣게 되는데 나의 딸이 되어주어서 고맙다거나

나의 엄마가 되어주셔서 고맙다는 내용을 듣곤 합니다.

그리고 이때 저는 흐뭇합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어찌 이런 자식이 나에게서 나왔냐고 하거나 왜 나를 낳았냐고

부모자식 간에 서로 원망하는 것에 비하면 이 얼마나 흐뭇한 관계입니까?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만드신 것을 싫어하실 리 없다는 지혜서 말씀처럼

당신에게서 나온 우리를 싫어하지 않으시고 사랑하시는데

혹 우리는 감사는커녕 왜 나를 있게 하셨냐고 하느님께 원망하지 않는지요.

 

하느님의 생명은 근원적 생명일 뿐 아니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라는

주님 말씀처럼 마지막 날에 우리를 구원하시는 구원적인 생명이십니다.

 

나를 있게 하고 구원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은

애를 낳아놓고 내팽개친 자격 없는 부모처럼

자격이 없는 하느님이시라고 할 수 있는데

고맙게도 하느님은 끝까지 사랑하시고 마지막에 살릴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우리는 감사는커녕 투덜거릴 수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내가 언제 구해달라고 했느냐는 투이지요.

 

이는 마치 깡패 집단에 속해 방탕하게 살아가는 자식을

큰 대가를 치르고 빼어냈더니 이렇게 살게 내버려 두지

왜 거기서 빼냈느냐고 오히려 성을 내는 것과 같겠지요.

 

실로 미래도 구원도 생각지 않고 이 세상을 사는 포기한 인생들이 있습니다.

구원을 포기한 인생이야말로 대학을 포기한 인생보다,

취업이나 결혼을 포기한 인생보다 포기한 인생입니다.

 

그런데 포기한 인생은 아니지만, 정신없이 사는 인생은 많고

어떤 때 우리도 그렇게 허방지방 인생을 삽니다.

 

이는 목표를 지향하지 않고 정신없이 노를 젓는 것과 같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를 젓긴 했는데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며

그래서 포기한 인생은 아니지만 실패한 인생입니다.

 

그래서 길잡이신 주님을 놓치면

구원을 놓치는 것임을 묵상하는 오늘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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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1.04.23 05:46:42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용서받은죄인 2021.04.23 05:45:50
    20년 부활 제3주간 금요일
    (교회적인 회개)
    http://www.ofmkorea.org/345018

    18년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말미암으시는 하느님)
    http://www.ofmkorea.org/120877

    17년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바오로 사도처럼 바뀌려면)
    http://www.ofmkorea.org/103073

    16년 부활 제3주간 금요일
    (그릇이 큰 사람)
    http://www.ofmkorea.org/88660

    15년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먹어야만 산다.)
    http://www.ofmkorea.org/77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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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꾼 게 아니라 바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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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년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말미암은 존재)
    http://www.ofmkorea.org/5072

    10년 부활 제3주간 금요일
    (생명의 빵)
    http://www.ofmkorea.org/3946

    09년 노동자 성 요셉/
    부활 제3주간 금요일
    http://www.ofmkorea.org/2461

    08년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눈을 멀개 하는 은총의 빛)
    http://www.ofmkorea.org/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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