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오래전에 저는 세속이라는 말을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이라는 바로 오늘 말씀 때문인데
세속世俗을 별생각 없이 세속世屬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한자어에서 속屬은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어디에 속한다고 할 때의
속은 어떤 부류나 단체에 딸려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다른 부류나 단체와는 무관하거나 적대적일 수도 있지요.
예를 들어, 옛날 이정재 파에 속한 깡패는 김두한 파와는
상종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적대적이기도 하지요.
아무튼, 저는 별생각 없이 세상에 속한다는 뜻으로
세속世俗을 세속世屬이라고 잘못 생각했던 것인데
그런데 이런 생각이 의미적으로는 그리 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왜냐면 세상에 속한다는 사람은 그저 세상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나라와 세상 중에서 세상을 선택하는 사람이며
하늘나라를 반대하거나 하느님 뜻에 따라 살기를 거부하는 사람이고,
하느님 없이 이 세상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 곧 무늬만 신자이고 말로만 신자인 사람은
우리 신앙인들 안에서도 얼마든지 많이 발견할 수 있고,
저는 이런 신앙인을 일컬어 실천적 무신론자라고 하지요.
실천적 무신론자란 하느님 존재를 부정하지 않지만, 굳이 논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있건 없건 자기와 상관이 없기에 굳이 열을 올리며
있다거나 없다거나 하지 않고 하느님이 계신다고 해도
나와 상관없이 저기 하늘에 계시거나 딴 나라에 계십니다.
그러므로 오늘 주님께서 제자들을 이런 세상에서 뽑았다는 것은
제자들을 이 세상에서 빼어내어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드셨다는 뜻이 하나이고
당신 제자로 뽑으셨고 삼으셨다는 뜻이 다른 하나입니다.
그러기에 주님의 제자로 뽑힌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데
이때 세상을 떠나는 것이 엄밀한 의미에서는 세속을 떠나는 것입니다.
왜냐면 우리가 세상을 떠나지만, 그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고,
프란치스코가 회개한 뒤 마음은 세속을 떠났지만
몸은 오히려 세상 가운데로 들어간 것처럼 세상 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이며
세상 가운데로 들어가되 복음을 들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을 일컬어 우리는 <흙탕물 속의 연꽃 같은 사람>이라고 하지요.
불교에서 깨달은 사람 곧 부처는 연꽃처럼 흙탕물 속에 피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과 향기를 풍기지만
결코, 그 흙탕물에 잠기는 법이 없다고 하지요.
이런 사람을 우리 신앙은 세상에 살지만 세속화되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복음화하는 사람이라고 일컫고,
복음화되었기에 세상에 살아도 세속화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면 '아, 바로 나를 두고 얘기하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런 분이 되시길 비는 오늘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나도 성령의 허락을 받고 싶다.)
http://www.ofmkorea.org/351278
19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재속인인지, 세속인인지.)
http://www.ofmkorea.org/220901
18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세속世俗과 재속在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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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뽑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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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나는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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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 충실한 부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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