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채움과 비움.
수도원 들어와 첫 피정 때 들은 얘깁니다.
우리의 마음은 컵과 같은데
그 컵이 똥물로 가득 차 있으면 술을 따라도 물을 따라도
넘치기만 할 뿐 담을 수 없으니
술이나 물로 채우려면 똥물을 비워야 한다는 말씀이었고,
그 똥물이 바로 욕심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욕심이란 무엇입니까?
욕의 마음, 욕으로 가득 찬 마음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욕심이 욕으로 가득 찬 마음이라면
욕심을 비우라는 말은 마음에서 욕을 비우라는 거고요.
그런데 마음에서 욕을 비우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비운 채로 둬야 하나요,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요?
항아리를 비우듯 마음을 비우고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요?
아마 우리는 그것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 허무한 마음, 마음의 허전함일 터,
인간은 늘 만족을 구하고
바라는 만큼 만족치 못하고 불만일 때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 채우려고 하는데
완전한 비움인 허무와 허전함을 어찌 견딜 수 있겠습니까?
제가 처음 양성을 맡았을 때,
그래서 형제들의 여러 내적 상태에 대한 경험이 없었을 때
먹기만 하면 토하고, 심지어 물을 먹어도 토하는 형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게 했는데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면 심리적인 문제이고,
이것은 욕구불만과 관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구불만일 때 인간은 대리만족으로 많이 먹든지,
정 반대로 아예 먹는 것을 거부하든지 하지요.
그래서 무엇이 욕구불만인지 찾아가니 본인도 모르는
저 깊은 곳에서 불만이 있었고, 그것을 해결하자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비운다는 것은,
성령을 모시지 않고 빈 집으로 놔두니
나갔던 악령이 다른 악령까지 데리고 와 복마전이 되듯
그렇게 빈 집, 빈 항아리 같은 빈 마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이상 욕이 생기지 않는 것이며,
오히려 하느님 은총으로 가득 채운 <텅 빈 충만>입니다.
요즘 가을 하늘이 참으로 맑아 어제, 마라톤 연습 할 때는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는 텅 빈 하늘이었습니다.
그런데 달도 기울었건만 그 하늘을 보고도 마음이 시리지 않았습니다.
충만한 마음은 빈 하늘에 충만한 신적 기운을 보나봅니다.
마지막 종착점 깊은 어두움 어떻게 나올것인지 은총으로 나오게하심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수없게 해 주신 주님 감사드립니다.
충만한 마음은 빈 하늘에 충만한 신적 기운, 깊이 묵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