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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은 주님께서 백인대장의 종을 치유해주시는 얘깁니다.
그런데 루카복음은 다른 복음과 조금 다릅니다.
요한복음은 종이 아니라 백인대장의 아들인 점이 다르고
마태오복음은 백인대장이 직접 주님께 찾아온 것이 다릅니다.
그런데 오늘 루카복음은 백인대장이 직접 찾아오지 않고
그 지역 원로들을 보내어 청을 하게 합니다.

처음에 언뜻 보면 백인대장이 대단히 시건방진 것처럼 보입니다.
청하는 주제에 직접 와서 공손히 청하지 않고
지배자라고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낸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얘기들을 보면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적이 없다.”고 주님이 감탄하실 만큼
이 백인대장은 겸손과 믿음의 사람입니다.

직접 찾아오지 않은 이유는 감히 찾아오지 못한 것입니다.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 합당치 않다고 여겼습니다.”고 얘기합니다.
너무 누추한 사람이기에 합당치 않다고 생각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위가 높지 않기에 합당치 않다고 생각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가 생각한 합당치 않음은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거룩함의 기준이었습니다.
이사야가 성전의 거룩함을 체험하며 자기는 더러운 사람이라고 하듯
이 세상의 잡것이 거룩한 분을 만날 때 갖게 되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거룩함을 알아보는 속됨은 사실 속됨이 아니지요.
뱁새가 봉황의 뜻을 모르듯이
진짜 속됨은 육(肉)과 같이 거룩함을 모릅니다.
그러므로 거룩한 분을 알아보고 자신을 찾아뵙지도 못할 정도로
속되다 하는 백인대장은 벌써 주님의 거룩함을 접하고
그 거룩함에 상당히 다가간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밤새도록 기도하였습니다.
“당신은 누구시고, 벌레만도 못한 저는 누구입니까?”
사람 앞에 서는 자가 아닌
주님 앞에 서는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말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이런 겸손에서 큰 믿음이 생깁니다.
“귀하신 당신께서 몸소 오시지 않아도 됩니다.
찾아뵙는 것도 송구스러운데 몸소 오시는 것은 더 송구스럽습니다.
오시지 않아도 당신은 말씀만으로 얼마든지 고치실 분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입니다.
시리아 장수 나아만과 비교하면
백인대장의 겸손과 믿음이 도드라집니다.
대국의 재상이 그 멀리서 찾아왔는데
엘리사는 나와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손도 얹어주지도 않고
그저 요르단 강 물에 씻기만 하라고 하니
그런 대우에 매우 언짢아하고 그 처방에 대해서도 불신합니다.

그러므로 백인대장의 믿음은 여간한 믿음이 아닙니다.
주님이 몸소 오시지 않아도
주님이 몸소 손을 얹어주지 않아도
주님 음성 귀에 들리지 않아도
주님 직접 뵌 적 없어도 그는 알고 믿습니다.
주님은 사랑이시고,
주님은 선이시고,
주님은 전능하시다는 것을.
자기 있는 곳까지 오셔야지만 은총이 체험되는
그런 낮고 초라한 믿음이 아닙니다.
자기 있는 곳까지 내려오셔야지만 사랑이 체험되는,
떼를 쓰고 징징대는 그런 믿음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헐값으로 사려하지 않고
그래서 자신의 믿음을 헐값으로 팔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의 믿음에는 낮은 고고함이 있고,
그의 믿음에는 겸손한 도도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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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요셉 2012.04.03 12:15:10
    그렇습니다.

    낮은 고고함, 그리고 겸손한 도도함,
    딱히 인간의 언어로 표현이 안 되는
    어떤 느낌이 어렴풋이 느껴집니다.

    흔하진 않지만 간간히 그런 모습을 만나고
    바라보며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찬란한 슬픔 갖은 기쁨을 맛보는 아주 귀한 순간이 있더군요.
    그래서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가 봅니다.

    낮은 고고함, 그리고 겸손한 도도함으로 꽃보다 아름다운
    삶을 수놓은 이태석 신부님의 생애를 영상화한 영화를 보러 갑니다.

    그리하여 저도 고고함, 그리고 겸손한 도도함으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도록 마음을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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